간단히 읽는 중국 고대사 (열국지, 초한지 그리고 삼국지) 1

ama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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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예전부터 중국고대사를 간단히 정리해서, 읽는이들로 하여금 어디 가서 구라 풀기 좋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제 그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얼마나 간단해질지, 또는 얼마나 늘어질지는 모르겠다. 되도록 간단히 정리하도록 노력은 하겠다. 해서, 앞으로 할 이야기들은 외워두면 어디 가서 구라 풀기 딱 좋을 것이다. 외우면서 읽으시라. 하지만, 원래가 배움이 짧고 천성이 게으르다. 모르거나 확실하지 않은 것은 찾아보고 확인하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럴 만큼 부지런하지 못하다. 그런 연고로 틀리거나 엉터리가 많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은 그대로 믿지 마시고, 확인하면서 읽으시기를 부탁드린다.

확인도 하지 않고 엉터리로 글을 쓰면 어떡하냐고 따질 분이 많을 줄로 안다. 하지만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엉터리 이야기를 해놓고 엉터리라고 욕을 하면 같이 화를 내지만 나는 그렇게 뻔뻔하지는 않다. 얼마든지 욕하셔도 된다. 하지만 그 모든 욕은, 내가 참고로 한 책들과 인터넷에서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 잘못이 아니다. 오로지 확인절차 없이 갖다 쓴 내 잘못임을 확실히 밝힌다.


간단히 읽는 중국 고대사 (열국지, 초한지 그리고 삼국지)


하은주


예전에 사귀던 여자가 있었다. 이름이 하은주였다. 참 예쁜 이름이다. 은주라는 이름은 비교적 흔하기는 하지만, 나름 꽤 이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은주라는 이름의 여자가 첫사랑이었던 사람들도 은근 있을 것 같다. 더구나 하은주라고 성까지 붙여놓고 보니, 더 예쁘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하은주라는 예쁜 이름의 여자를 사귈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왜 글의 시작을 이런 엉뚱한 거짓말로 했느냐? 하은주가 중국고대사의 나라이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워두면, 구라 풀기 좋다. 하은주. 하(夏)나라, 은(殷)나라, 주(周)나라.

중국 최초의 나라 이름이 하나라이다. 하우씨가 세운 나라다. 다음이 은나라, 은상이라고도 하고 강태공의 도움을 받아 서창 희백이 세운 나라다. 다음이 주나라. 그리고 이 주나라가 힘이 약해져서 동쪽으로 천도하고 나서부터가 춘추전국시대다. 관중이 나오고, 공자가 나오는 그 춘추전국시대. 그리고 이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전국을 통일하는 게 그 유명한 진시황이고 이 나라는 진(秦)나라이다. 진나라가 겨우 20년만에 망하고, 항우와 유방이 다투는 초한지 시대가 되고, 결국 유방의 한이 전국을 다시 통일한다. 후한시대 말부터 또다시 전국은 군웅이 할거하며 삼국지 시대를 연다. 삼국시대는 조조의 위나라가 이기고 위를 이은 진이 또다시 전국을 통일한다. 위진시대이다. 그리고 다시 400년 동안이나 어수선하던 중국을 통일하는 것이 수양제, 수문제의 수나라이다. 다음이 고조 이연과 태종 이세민으로 유명한 당나라. 다음이 송나라, 다음이 몽고족이 세운 나라 원나라이고, 다음이 한족의 명과 만주족의 청이다. 물론 청 다음은 공산당과 국민당이고 오늘날의 중국과 대만이다.

그래서 하은주라는 가상의 여자 친구 이름을 이야기한 것이다. 하, 은, 주, 춘추전국시대, 진, 초한지, 한, 삼국시대, 위, 진, 수, 당, 송, 원, 명, 청이다. 복잡해 보여도 비교적 간단하다. 물론 우리나라에 비하면 굉장히 복잡하다. 우리는 아시다시피, 단군의 조선, 그리고 위만과 기자 조선, 그리고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를 거쳐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북쪽에는 발해가 세워진다. 그리고 왕건의 고려와 이성계의 조선이 다다. 우리의 왕조 교체는 대체로 중국의 두 왕조 교체와 때를 같이 하는 경향이 있다.

왕조 교체 시기가 비슷한 이유는 중국의 왕조 교체의 혼란한 시기를 틈타 한반도에도 왕조가 교체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중국의 왕조가 튼튼히 구실을 하고 있는 동안은 한반도에서 군사정변이 일어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왕조가 중국 왕조에 비해 약 2배가량 그 생명이 긴 것은 한 두어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우리나라가 땅덩이나 인구가 비교적 작고, 전체 군사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200년에 한 번씩 정변이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가 중국에 비해서 훨씬 더 안정된 정권이 유지되었으며, 따라서 백성들이 그리 빈번한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은주로 시작되는 중국왕조를 나열해봤다. 이것만 기억해도 제법 구라 풀기 좋을 것이다. 이제 그 하나하나를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중국 최초의 왕조 하나라를 이야기하기 전에 하나라 성립 이전의 중국의 신화 이야기부터 아주 간략히 하기로 하자.


중국 신화


세상 대부분의 민족에게는 세상의 창조와 인간의 탄생을 설명하는 신화가 있기 마련이다. 서구 문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요즘, 그 대부분은 사라졌거나 잘 알려지지 않고 서구문명의 큰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신화와 유대신화만이 널리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이 두 신화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으면 다시 한 번 정리를 할 생각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신화에는 ‘원래부터 있었던’ 존재가 있다. 유대신화에서는 여호와이고. 그리스신화에서는 가이아이다. 원래부터 뭔가가 있어야, 그 다음으로 세상이나 동물이나 인간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21세기 과학에서도 빅뱅 이전에 빅뱅을 일으키게 하는 뭔가가 있었던 것이다. 그게 물질이든, 에너지이든, 뭐가 되었던 말이다. 빅뱅이전이 원래부터이고, 뭔가가 여화와이거나 가이아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반고’라는 엄청난 거인이 원래부터 있었다. ‘반 고호’가 아니라 반고이다. 이놈이 오랫동안 잠을 자다가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서는 두 팔로 하늘을 받치고 섰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몸을 키우니, 땅과 하늘도 같은 속도로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하늘과 땅이 충분히 멀어지자 반고는 죽었고, 반고의 죽은 시체가 하늘, 구름, 땅과 물 등 세상만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신화의 천지창조이다.


삼황오제(三皇五帝)중 삼황


중국의 고대에 삼황과 오제라는 엄청난 고수가 있었다. 지배자라고 볼 수도 있고, 지도자라고 볼 수도 있다. 삼황이나 오제에 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삼황은 천황 지황 인황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수인씨 복희씨 신농씨, 복희씨 여와씨 신농씨, 복희 신농 황제, 등등 여러 가지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삼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오제도 여러 가지로 정해진다. 나는 태호 복희씨(太皞伏羲氏), 염제 신농씨 그리고 황제 헌원씨를 삼황으로 설명하겠다. 그리고 전욱, 제곡, 제요, 제순, 제우를 오제로 보겠다. 사실 삼황은 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왕이라기보다는 인간에게 이로운 뭔가를 가르쳐 주었다고 본다. 즉, 문명을 일구어낸 것이다. 태호 복희씨는 사람 머리에 뱀 몸을 하고 있으며 성씨는 풍(風)씨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냥과 불을 가져다주었다. 염제 신농씨((炎帝神農氏)는 소의 머리에 사람 몸을 하고 있는데, 성씨는 강(姜)씨이다. 인간에게 농경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황제 헌원씨(黃帝軒轅氏)는 수레라든가, 옷짜는 법, 집짓는 법, 그리고 문자를 포함한 다양한 문명을 가르쳐 주었다. 성씨는 희(羲)씨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삼황시대와 비슷한 시기에 만주대륙, 백두산 일대와 한반도에 퍼져 있던 우리 동이족 출신의 고수로는 유망김제씨와 치우천황(蚩尤天皇)이 있다. 유망김제씨는 소호금천씨(少昊金天氏)라고도 하며 성씨는 김(金)씨로 알려져 있다. 태호복희씨와 염제신농씨 사이쯤의 인물로 본다. 그리고 치우천황은 붉은악마로 인해 이제 많이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그는 황제헌원과 전쟁을 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삼국사기, 삼성기 등의 한국 역사서와 상당히 많은 중국 역사서에서 태호복희씨와 염제신농씨, 그리고 황제헌원씨까지 모두를 동이족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중국고대사와 한국고대사는 상당히 많이 얽혀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럼 중국 신화에서는 사람은 누가 만들었나? 복희의 아내라고도 하고, 여동생이라고도 하는 여와(女娲)라는 여자가 있는데, 그녀가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유대신화의 여호와나 그리스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그랬듯이 그녀도 진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다. 세상에 전하는 많은 신화에서 인간을 진흙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는 사람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느낀 것이리라. 여하튼 여와는 진흙으로 사람을 만드는데, 처음에는 정성껏 빚다가 나중에는 귀찮아져서 그냥 새끼줄로 진흙을 튀겨서 만들었다고 한다. 정성껏 잘 만들어진 인간은 고귀한 사람이 되고, 대충 만든 인간은 그저 그런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고귀한 사람과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 뜻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뜻이 아니다. 파란 기와집에 앉아서 한복이나 갈아입는 사람이 귀한 사람이 아니고, 국회에 앉아서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잃은 사람들에게 막말이나 하는 뚱뚱하고 안경 쓴 놈이 귀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인간을 사랑하고, 타인의 슬픔과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 고귀한 사람이다. 돈 좀 벌어 보겠다고 생구라쳐서 강이라는 강은 죄다 뒤집어엎은 그런 놈이 새끼줄로 쳐서 대충 만든 인간이다. 지 아버지가 진짜 나쁜 놈인데, 그걸 나쁘다고 욕하니까 역사책까지 바꾸겠다고 나서는 그런 인간이 덜떨어진 인간이고 대충 만들어진 인간인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누나의 아버지 다까끼 마사오를 친일파라고 부르지 마시라. 그렇게 부르면 듣는 친일파들 기분 나쁘다. 다까끼 마사오는 절대 친일파가 아니다. 그는 일본 군인이다. 일본 군인이 어떻게 친일파인가? 일본 군인은 친일파가 아니라 그저 일본 군인이다. 일본놈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진짜 일본놈도 못된다.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 일본놈이 되고자 했으니, 대충 만들어도 너무 대충 만들어진 놈인가 보다.

이렇게 인간을 만든 여와가 유대민족의 여호와라는 이름의 원류라는 강력한 설도 있다. 적어도 발음은 비슷하니까 어디 가서 구라 풀기는 진짜 좋네.


신화에서 뱀이란 무엇인가? 뱀은 꾸불꾸불하다. 대지를 기어간다. 대지를 꾸불꾸불 기어간다. 대지를 꾸불꾸불 기어가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강이다. 물이다. 대지 자체이다.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그림 내지는 상징을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생명의 순환을 의미한다. 뱀은 강이다. 그리고 뱀은 대지 자체이다. 대지는 여자다. 여자는 생명이다. 생명은 순환한다. 이 모든 것이 신화 속의 뱀이다. 그러므로 모계사회가 무너지고 부계사회가 힘을 얻으면서 나타나는 모든 신화 속에서는 뱀이 사악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여성을 부정하고 모계사회를 부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동양은 다르다. 강은 좋은 것이다. 물도 좋은 것이고, 대지도 좋은 것이다. 여자는 생명이고 생명은 좋은 것이다. 그래서 삼황 중의 첫째 복희씨가 비록 성은 남성이지만 뱀의 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생명 자체이고, 생명의 순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 내지는 여동생인 여와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여호와나 프로메테우스처럼 남자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신농씨가 나타난다. 그는 인간에게 농사법을 가르친다. 세상의 온갖 풀과 열매와 곡식을 직접 맛본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가려내기 위해서다. 그는 그러는 과정에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는 모든 농사법과 먹을 수 있는 풀과, 약초를 인간들에게 가르쳐 준다. 인간들이 비로소 정착 생활을 하고 문명을 가꾸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소의 얼굴을 하고 있다. 농경을 뜻하는 것이다. 복희는 사람 얼굴에 뱀의 몸, 신농은 소의 얼굴에 사람 몸. 어째 점점 사람 모습에 더 가까워져 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삼황 중의 마지막인 황제헌원씨가 나타난다. 그는 그리스의 프로메테우스처럼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 불을 이용해서 나머지 잡다한 기술과 문명을 인간에게 가르친다. 그리고 이 당시, 북방에 치우천황이 있었다. 둘은 전쟁을 했다. 사마천의 사기에 치우를 묘사하기를, ‘구리 머리에 쇠 이마를 한 구려의 임금’이라고 했다. 청동기와 철기문명을 일군 동이족의 왕이란 뜻이다. 황제는 호랑이, 표범, 코끼리, 곰과 같은 맹수들을 잘 다루었다. 이들 맹수를 길들여 군사로 활용했다고 한다. 싸우는 족족 치우가 이겼다. 짐승을 길들여 싸우는 황제가 훨씬 발달한 철기문명으로 무장한 치우를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마지막 전투가 탁록에서 있었다. 하지만 이 마지막 탁록대전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고, 안개를 지어내는 등 온갖 요술을 부린 황제가 마침내 치우를 살해하고 승리했다.


황제 이전의 인물, 복희씨나, 신농씨나, 치우를 왕으로 보기는 좀 어려운 면이 있다. 그보다는 지도자, 지배자, 현인 정도로 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부터는 왕이다. 규칙을 만들고,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며 생활 전반에 관여하는 왕이 된 것이다. 그래서 여기까지를 삼황이라 하고 다음부터를 오제라고 하여, 따로 구분하여 말하는 것이다.


삼황오제(三皇五帝)중 오제, 오제 중 제곡


황제 이후에 전욱(顓頊), 제곡(帝嚳), 제요(帝堯), 제순(帝舜), 제우(帝禹)가 차례로 나타나 인간 세상을 다스렸다. 이들을 오제라 한다. 제곡, 제요, 제순, 제우라는 것은 곡이라는 이름의, 또는 요, 순, 우라는 이름의 제, 즉 왕이라는 뜻이다.


전욱 시대에는 별다른 일이 없고, 제곡시대가 되었다. 제곡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딸의 이름은 모르겠다. 그냥 공주라고 부르자. 왕의 딸이니 공주인 것은 맞다. 제곡의 공주는 ‘오색 털이 영롱한’ 개를 한 마리 기르고 있었다. 이름이 반호이다. 반고, 아니다. 반호. 반고는 중국신화에서 원래 있었던 존재였고, 이 반호는 그냥 엄청나게 큰 개였다. 공주는 반호를 너무나 예뻐하였고, 반호도 공주를 무척 잘 따랐다. 밥도 한 그릇에 먹었고, 잠도 한 자리에서 잤다고 한다. 그러던 중, 제곡이 지방 순시를 나가게 되었다. 공주는 그 지방 순시에 따라가고 싶어 했다. 중국의 지방은 엄청나게 먼 곳이다. 몇 달이나 걸리는 일이다. 갖가지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왕은 처음에는 한사코 말렸으나 귀여운 딸의 고집을 꺽지 못하고 결국 동행을 하게 되었다. 공주가 가니 반호도 따라 갔음은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순행처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지방 장군 둘이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제곡의 군사는 지방 순시에 따라 나선 군사들뿐이라 숫적으로 열세였다. 전세가 반군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제곡은 모든 군사들에게 말했다.

“적장 두 사람의 목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다음 왕위를 물려줄 것이며 공주와 결혼도 시켜 주겠다.”

하지만 아무도 적장의 목을 가져 오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날 밤에 반호가 없어졌다. 모두들 나서서 찾았으나 반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반호는 적의 진지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두 대장의 막사로 들어가 꼬리를 폈다. 이를 본 적장들은

“제곡이 기르는 개가 와서 우리들에게 꼬리를 치니, 우리가 제곡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둘 날도 멀지 않았구나.”

하며 기분 좋게 먹고 마시고 잠이 들었다. 두 대장이 잠들자 반호는 그 목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떨어져나간 두 개의 목을 물고는 쏜살같이 제곡의 진지로 돌아왔다. 제곡은 몹시 기뻐하였고, 전쟁은 싱겁게 끝이 났다. 두목을 잃은 반군이 항복을 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적장의 목을 물고 온 이후로 반호는 어떤 맛있는 음식도 입에 대지 않고 공주의 곁에 붙어 있기만 하는 것이었다. 걱정이 된 제곡이 물었다.

“설마 내 딸을 아내로 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그랬다. 반호는 공주를 아내로 원하고 있었다. 왕은 노발대발했다.

“내가 적장의 목을 물어오면 공주를 주겠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에게 한 말이지 너 같은 미물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어디 감히 공주를 넘보느냐?”

제곡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반호는 곁에 있던 공주를 입으로 물어 등에 태웠다. 그리고는 바람같이 달려 나갔다. 왕은 군사를 풀어 반호를 뒤쫓았다. 며칠이나 그렇게 서로 쫓고 쫓기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어느 큰 산이 시작되는 입구에 다다랐다. 반호는 그 산 속으로 사라졌다. 왕과 군사들이 아무리 찾아도 반호나 공주의 행방은 묘연했다. 오히려 안개 낀 어느 날 공주를 어릴 때부터 모시던 시녀 한 명마저 없어지고 말았다. 공주와 시녀를 잃은 제곡과 군사들은 몇날 며칠이고 찾았으나 결국은 찾지를 못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제곡이 다스리는 제후국 중 하나에 왕자가 있었다. 이 나라는 소를 숭상하는 나라였다. 해마다 가장 훌륭한 소를 뽑아 ‘독특’이라고 이름 짓고는 왕자로 하여금 기르게 하고 있었다. 그 해에는 푸른빛을 내는 ‘청우’ 한 마리가 독특으로 뽑혔다. 청우는 용맹하고 영특하고 신기마저 있었다. 왕자는 제곡의 공주와 반호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왕자는 청우를 데리고 길을 떠났다. 청우가 앞장서서 길을 이끌었다. 마침내 그들은 반호가 공주를 업고 사라진 산에 다다랐고, 그들이 숨어 지내던 동굴로 가는 중간의 절벽에서 반호와 만났다. 그리고 반호와 청우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목숨을 건 둘의 싸움은 아주 오래 걸렸으나 결국 청우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반호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고 왕자는 공주와 시녀가 살고 있는 동굴에 들어갔다. 동굴 안에는 반호가 물어다 놓은 갖가지 살림살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공주와 시녀 말고도 14명의 아이들이 더 있었다. 공주와 시녀가 반호의 씨를 받아 낳은 아이들이었다. 왕자는 공주와 함께 아이들을 같이 데려오려고 했으나 그게 쉽지가 않았다. 아이들이 개의 성품을 닮아 도저히 통제가 안 되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시녀는 돌로 변해 버렸고 왕자는 공주와 14명의 아이들만 구해올 수 있었다.


마침내 공주와 그녀의 아이들이 제곡의 궁으로 돌아왔다. 제곡을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다. 공주와 반호 사이에서 난 아이들이 인간의 가르침을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궁에서 살면서 온갖 망나니짓이란 짓은 다 하는 것이었다. 다만 제곡은 좀 무서워하지만, 그 외에는 어미인 공주의 말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것이었다. 궁녀들을 괴롭히기는 다반사고, 온갖 사고를 다 치며, 심지어는 마치 개가 그러듯이 아무데서나 교접을 하곤 했다. 형제자매간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아무리 교육하고 타일러도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마침내 제곡은 이들을 모두 궁에서 내 쫓아 멀리 보내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서쪽으로 서쪽으로 내쫓았다. 그들 반호의 아이들은 서쪽으로 쫓겨 가 살았다. 지금의 유럽인의 시조인 것이다. 유럽인의 시조는 반호의 후예들이다. 그런 증거를 몇 가지 이야기하자. 그들은 아직도 개줄같은 넥타이를 찬다. 몸에 오색 털이 영롱하다. 개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인륜을 모르고 아무데서나 망측한 짓을 잘한다. 사람을 부를 때 마치 개를 부르듯이 한다. god은 dog를 거꾸로 한 말이다. 아이를 출산하고 바로 찬 물에 샤워를 해도 괜찮다. 개가 그렇다. 뜨거운 음식을 못 먹는다. 역시 개가 그렇다.


참고로, 제곡시대의 반호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 역사서에만 있고 중국 역사서에는 없는 이야기임을 밝힌다.


요순시대와 우임금


제곡이 가고, 다음에는 요임금과 순임금의 시대가 왔다. 흔히 말하는 요순시대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되고, 사람들이 가장 평화스럽게 잘 살았던 시절, 그런 시절의 대명사로 쓰이는 요순시대 말이다. 인간 역사상 가장 살기 좋았던 시절인 것이다. 담이나 대문이 필요 없고, 땅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집어 가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요임금 시절 일화가 하나 있다. 요임금이 변장을 하고 암행을 나갔다. 농부와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당신은 혹시 지금 왕이 누군지 아시나요?”

“왕? 그런 거 몰라요. 왕 이름 알아서 뭐해요?”

그러자 요임금은 만족해서 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백성들이 왕 이름조차 모르면 된 것이다. 백성들이 편안하게 잘 살고 있으면 굳이 왕 이름을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도 우리 왕 이름을 좀 몰랐으면 좋겠다. 나도 우리 국회의원들 이름을 좀 몰랐으면 좋겠다. 나도 삼성전자 이건희 아들 이름을 좀 몰랐으면 좋겠다. 나도 조선일보 대빵 이름 좀 몰랐으면 좋겠다. 아니, 이름은 알더라도 이놈들이 무슨 나쁜 짓을 하는지 신경 좀 안 써도 되면 좋겠다. 국정원이 무슨 짓을 하는지, 새누리당이 무슨 짓을 하는지, 청와대가 무슨 짓을 하는지, 좀 모르고 살았으면 좋겠다. 몰라도 살만한 세상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몰라도 손해 안보는 세상이면 좋겠다. 몰라도 조금만 손해 보는 세상이면 좋겠다. 아니, 모르는 사이에 나라를 이 모양으로 거덜만 안냈으면 좋겠다.


요임금은 다음 임금으로 허유라는 사람을 점찍어 두었다. 다음 임금을 하라는 말을 전해들은 허유는 강가에 가서 귀를 씻었다. 약간 밑에서 소에게 물을 먹이고 있던 친구 소보가 물었다.

“왜 거기서 귀를 씻고 있는 거야?”

“응, 몹쓸 소리를 듣고 말았어. 나보고 임금을 하래. 그래서 더러워진 귀를 씻는 거야.”

그러자 소보는 소를 끌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저런 더러운 귀를 씻은 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수야 있나.”

보고 좀 배워라. 왕을 하라는 소리를 듣고 귀를 씻고 그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사람들 말이다. 국회의원 한 번 하겠다고 바리바리 돈 싸들고 다니지 좀 말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국회의원을 하니 그렇게 도둑질을 하는 거잖아. 제발 좀 자식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세요.


순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기가 막히게 효자였다. 아버지 이름은 ‘고수’였고 이는 봉사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봉사였다. 순의 엄마가 죽고 그는 새장가를 들었다. 순의 새 엄마는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순의 새엄마와 그 아들은 순을 못살게 굴었다. 하지만 순은 짜증 한 번 내는 일 없이 그 아버지는 물론 새 엄마와 동생들에게도 더없이 잘했다. 하지만 순의 새엄마는 그를 집에서 쫓아내고 말았다. 집에서 쫓겨난 순은 중국 전역으로 아버지의 눈을 고칠 수 있는 약을 구해 다녔다. 가는 곳마다 그의 현명함과 어짊, 그리고 그의 효성이 자자하게 소문이 났다.

그리고 마침내 당시 왕이었던 요임금에게까지 그 소문이 들렸다. 요임금은 이번에는 다음 왕으로 순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직접 순을 평가해보고 싶었다. 요임금에게는 딸 2명과 아들 9명이 있었다. 딸 둘을 다 순에게 시집보냈다. 순은 요임금의 두 딸을 아내로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남동생은 그렇게 성공한 순을 시기하였다. 순만 죽어 없어지고 나면 공주들의 남편 자리도, 나중의 왕의 자리도 다 남동생인 자기 차지가 될 것이라고 믿은 남동생과 새엄마는 결국 순을 죽이려고 까지 하였다. 하지만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면서도 순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효도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형제간에 우애도 잃지 않았다. 순에게 시집을 온 두 공주도 순의 아버지 어머니에게 효도를 다하였다.

나중에 요임금이 순에게 시집간 두 딸을 불러 물었다.

“어떠냐? 너희들의 지아비인 순이 정말로 성군이 될 사람이더냐?”

“그렇습니다.”

두 딸이 대답했다. 그래도 요임금은 더 확신을 갖고 싶었다. 이번에는 9명의 아들을 순에게 보내어 그를 돕도록 했다. 말하자면 머슴이나 노비 비슷하게 보낸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그 9명의 아들을 불러 똑같이 물었다.

“순이 정말로 성군이 될 만한 사람이더냐?”

“네, 그렇습니다. 그는 정말로 효자이며 정말로 어진 사람입니다. 다음 임금으로 그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임금은 생각했다.

‘두 딸들이야, 설사 순이 덜 어질고 덜 훌륭하더라도 지아비인 고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왕이 될 수도 있는 내 아들들 아홉이 전부 그를 어질다 하니,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겠구나.’

그래서 요임금은 다음 왕위를 순에게 물려주었다. 그가 순임금이다.


요임금 말기부터 중국 땅에 대홍수가 났다. 세상 대부분의 신화나 고대 역사를 보면 대홍수가 있었다. 유대신화에서는 여호와가 홍수를 일으키고 노아로 하여금 홍수 다음 세상을 준비하도록 한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제우스가 홍수를 일으키고, 프로메테우스가 데우칼리온과 퓌라를 살려 다음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한다. 둘 다 신들이 일으킨 홍수를 피해 인간은 배를 타고 도망을 갔다. 중국에서는 어떻게 했느냐?

요임금은 ‘곤’이라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홍수를 다스리도록 했다. 그는 열심히 일했다. 중국 전역으로 발로 뛰어 돌아다니며 둑을 쌓았다. 혼수가 나서 둑이 무너지면 ‘저절로 자라나는 흙’으로 다시 둑을 쌓았다. 여기서 무너지면 여기로 와서 쌓고, 저기서 무너지면 또 저기로 가서 쌓았다. 그 사이 요임금이 죽고 순임금이 새로운 왕이 되었다. 하지만 홍수는 잡히지 않았다. 9년을 홍수가 났다고 한다. 곤은 몇 번이나 제 집 앞을 지나면서도 집에 들를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지만 홍수는 잡히지 않았다. 순임금은 치수에 실패한 곤을 사형시켰다. 그리고 다음으로 누가 이 홍수를 막을 것인가를 신하들과 의논했다. 하나같이 곤의 아들인 ‘우’를 천거했다. 하지만, 우는 곤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치수에 실패하여 목숨을 잃었는데, 과연 그가 기꺼운 마음으로 일을 할까?

하지만 우는 치수에 전념을 다했다. 하지만 그의 방법은 아버지인 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는 둑을 쌓아 물을 막는 게 아니라, 둑을 열어 물길을 터주는 방식으로 일했다. 물이 넘칠만하면 둑을 열어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 주고, 또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했다. 이렇게 하자 마침내 홍수가 잡혔다. 중국 전역에서 홍수가 물러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는 특히 치수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치수를 한 공을 인정하여 순은 우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그가 곧 우임금이다. 오제의 마지막 왕이다.


지금까지 보아왔듯이. 삼황은 물론이고 오제까지만 해도 임금은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덕 있는 자를 찾아 물려주는 것이었다. ‘선양’이라는 것이다. 요가 그랬고, 순이 그랬다. 하지만 우는 달랐다.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즉, 왕조가 된 것이다. 이 우임금이 세운 나라, 아니 우임금부터 ‘선양’이 아니라 아들에게 ‘양위’를 시작한 나라 그게 중국 최초의 왕조 하나라인 것이다. 하은주의 처음, 하나라 말이다.


여기서 잠깐, 두 가지만 더 구라를 풀고 넘어 가자.

우리가 다 아는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장군이 있다. 그의 형제들 이름을 아시는가? 이순신장군에게는 형이 둘 있었고, 동생이 하나 있었다. 이들 사형제의 이름은 희신, 요신, 순신, 우신이었다. 이순신장군의 아버지 이정은 자신의 아들들에게 돌림자 신하 신(臣) 앞에다 복희씨의 희, 요임금의 요, 순임금의 순, 그리고 우임금의 우를 붙여 이름을 지어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셋째 아들이 이순신이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삼황과 오제 거의 모두가 동이족이라는 설이 있다. 사실 우리 고대 역사서는 대부분 그렇게 기술하고 있다. 복희씨도, 신농씨도, 헌원씨도 다 동이족이라는 것이다. 헌원과 싸운 치우씨도 물론 동이족이다. 그리고 전욱도, 제곡도, 제요도, 제순도 그리고 제우도 다 동이족이라고 한다. 우리 역사서는 물론이고 상당히 많은 중국 역사서에도 그렇게 나온다. 특히 요임금과 순임금이 동이족이었다는 것은 공자도 여러 번 말한 바 있다. 모두 한(漢)족이 아니라 한(韓)민족인 것이다. 중국 역사의 시작은 기실 우리 한민족의 역사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예와 상아


중국신화에는 삼황오제뿐이 아니고 수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여기서 일일이 다 말할 수는 없고 딱 한 명만 얘기하고 끝내자.

하늘나라 옥황상제에게는 아들이 열 명이 있었다. 이들 열 명의 아들들은 하루에 한 번씩 하늘에 떠올라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열 명의 아들들이 하루에 한 명이 아니라 모두 한꺼번에 다 하늘에 떠오르는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졸지에 하늘에 태양이 10개가 된 것이다. 세상은 뜨거워져 사람이나 동물이 살아가기 어렵게 되고 말았다. 옥황상제는 예(羿)를 불러 이 아들들의 장난을 바로잡도록 했다. 예도 하늘에 사는 신이었다. 그는 활을 귀신같이 쏘는 자였다. 예는 아홉 개의 화살을 가지고 세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9개의 화살을 쏘아 9개의 태양을 떨어뜨려 버렸다. 화살 하나에 태양 하나씩, 즉 화살 하나에 옥황상제의 아들 한 명씩을 죽여 버린 것이다. 이제 하늘에는 하나의 태양만이 남았고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옥황상제가 삐쳤다. 아홉 개의 태양, 즉 아홉명의 옥황상제의 아들들을 그냥 타일러 장난을 멈추게만 하면 될 것을 굳이 다 죽여 버린 얘가 미워졌다. 그는 예를 하늘에서 쫓아내 버렸다. 예의 아내는 상아(嫦娥)였다. 혹은 항아(姮娥)라고 하기도 한다. 예와 상아는 불사의 몸이었으나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받고 땅으로 쫓겨나, 밥을 먹어야 하며, 똥을 싸야 하며, 나이 들면 죽어야 하는 운명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상아는 예가 원망스러웠다. 다시 불사의 몸이 되고 싶어 했다. 다시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고 싶어 했다.


땅의 서쪽 끝에는 ‘서왕모’라고 하는 여신이 다스리는 극락정토가 있다. 그 곳에는 사람이 먹으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불사의 약초가 있었다. 예는 자신과 상아를 위하여 그 약초를 구하러 길을 떠났다. 그리고 서왕모를 만나 마침내 불사의 약을 얻을 수 있었다. “한 병을 마시면 죽지를 않고, 두 병을 마시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를 것이다.”

서왕모는 예에게 두 병의 약을 주었다. 두 병인지 두 모금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2회분을 준 것이다. 여러 병을 얻어 가지 못한 것은 마침 서왕모가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었던 때문이다. 예는 곱게 들고 상아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좋은 날을 받아 둘이서 한 병씩 마시기로 하고 잠이 들었다. 예가 잠이 든 사이, 상아는 두 병을 다 마셔 버렸다. 불사의 몸만이 아니라 다시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아는 예를 지상에 남겨 두고 혼자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랐다. 하지만 이를 괘심하게 여긴 옥황상제가 상아를 두꺼비의 모습으로 변신시키고 달로 추방해 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두꺼비 모습을 한 상아가 밤하늘에 떠 있는 달나라에 조용히 혼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보는 그 달의 검은 형상을 중국에서는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달로 떨어진 상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예부터 지금까지 중국에는 달에 사는 상아를 노래한 수많은 시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다수는 상아를 두꺼비 모습으로 보지 않는다. 두꺼비로 변하기 전의 아름다운 선녀, 상아로 보는 것이다. 나에게 달에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상아를 찾아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그 상아는 밤하늘의 달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송창식선생의 노래 중에 ‘상아의 노래’라고 있다.

바람이 소리 없이 소리 없이 흐르는데

외로운 여인인가 짝 잃은 여인인가

가버린 꿈속에 상처만 애달파라

아 못 잊어 아쉬운 눈물의 그날 밤

상아 혼자 울고 있나.

혹시 예의 아내, 달에 사는 여인, 그 상아를 말함인가? 다시 한 번 그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

참고로, 예는 활을 잘 쏜다고 했다. 활 하면 우리 동이족이다. 그렇다 예는 동이족인 것이다. 중국 역사서에도 모두 그를 동이족이라고 한다. 중국 고대의 절정고수들은 대부분 우리 동이족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