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입생에게 주는 글

ama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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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입생에게 주는 글

대여섯 해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난 후배 ㅇㅇㅇ선생의 맏딸인 ㅇㅇㅇ양이 대학진학을 할 때, 가까이 있는 남자 어른의 한 사람으로써, 아빠같은 마음으로, 삼촌같은 마음으로, 오빠같은 마음으로 또는 선배같은 마음으로 몇 마디 잔소리했던 것을 정리하고자 한다. 비단 ㅇㅇ뿐만이 아니라 이 힘든 시기에 대학을 진학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뒷방 늙은이의 중얼거림이라 생각해봐 주기를 바란다.

우선 소위 잔소리 내지는 부탁 말을 하기 전에 꼭 해야만 하는 얘기가 있다. 대학을 진학하는 이 땅의 젊은이, 크게는 이 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하다. 몇 해전에 어느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 이란 슬로건을 내세워 사회에 공감을 얻었던 적이 있었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젊은이들에게는 무엇이 있어야 하느냐. 꿈도 있어야 하고, 희망도 있어야 하고, 하다못해 별 잘 하는게 없고 별 희망은 없더라도 재수라도 좋으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아무 것도 없더라도 젊은 채 산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이 사회는 어떤가. 정말이지 아무 것도 없다. 재미는 고사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 숨 쉬고 있고 그런 젊은이들 앞에는 넘지 못할 커다랗고 높은 벽이 있을 뿐이다.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든 건 우리 나이든 사람들 모두의 잘못이고, 그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서 정말이지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우리 젊은이들이 최대한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다. ‘대학생들은, 젊은이들은, 실수할 권리가 있다. 실패할 권리가 있다.’ 실수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시도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나는 여러분들이 대학 생활 동안 뭐든지 시도할 권리와 더불어 뭐든지 시도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여러분들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여러분들의 의무이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깨지고, 아프더라도 끝없이 시도해야 한다. 뭐든지 시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구분되어 있는 건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정리하겠다. ‘불법만 아니면 뭐든지 다 해라.’ 덧붙이겠다. ‘비록 불법이더라도 그렇게 나쁜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해도 된다.’ 그래서 실수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살인이나 폭행은 하면 안 된다는 말은 할 필요도 없을 줄 안다. 불법만 아니면 뭐든지 다 해라. 밤새 술 먹고 길에서 넘어져 자도 좋다. 이때 아니면 못해본다. 나중에 하면 욕한다. 밤새 고스톱 쳐도 좋다. 나중에는 밤새 앉아 있지도 못한다. 수많은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만나라. 동거를 해도 좋다. 나중에 동거하면 부담스럽다. 말 그대로 뭐든지 다 해라. 해도 좋다가 아니다. 다 해라. 뭐든지 다 해보라. 그러다 하기 싫어지면? 그러면 다른 거 하면 된다. 우선 해라.

이렇게 4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기도 하고 해야만 되는 일, 하고 싶기는 한데 할 필요는 없는 일, 하기 싫지만 해야만 되는 일 그리고 하기도 싫고 할 필요도 없는 일. 여러분들 앞에는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여러분들의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래서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렇게 순서를 정하는게 좋을 것이다. 하고 싶은데 안 해도 되는 일. 그게 1순위다. 다음은 하기도 싫고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이게 2순위다. 3순위는 하고 싶고 해야 되는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하기는 싫지만 해야만 되는 일을 해라. 여러분들이 대학을 나오고 나면 하고 싶든, 하기 싫든,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할 시간이 정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1순위, 2순위이다. 반면 앞으로는 하고 싶든, 하기 싫든 해야만 되는 일을 할 시간은 너무 많을 것이다. 사실 여러분은 앞으로 평생을 이렇게, 해야만 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의 아빠를 보라. 매일 집에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오겠나? 매일 회사 가고 싶어서 가겠나? 여러분의 엄마를 보라. 매일 청소하고 밥하고, 하고 싶어서 하겠나? 그래도 하잖아. 평생을 해야 하는 일이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일들이 순위에서 밀렸다. 한 마디만 더하자면, 여러분들은 앞으로 하기도 싫고 할 필요도 없는 일을 할 기회는 정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다. 하기 싫고 할 필요 없더라도 눈에 보이는 일이 있으면 2순위로 무조건 해봐라. 미안한 말이지만, 어떤 일을 해보기 전에는 그것이 하고 싶은 일인지, 하기 싫은 일인지, 또는 할 필요 있는지 없는지, 여러분은 알지를 못한다. 해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 그래서 무조건 해보라는 것이다. 해보고, 하기 싫어지면, 안하면 된다. 이게 내가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의 핵심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이것은 여러분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 시도할 의무가 있다. 다 해봐라.

길게 말하면 여러분은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하자. ‘불법이 아니면 뭐든지 다해라, 여러분의 의무이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내 경험으로 보건데,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분들이 안했으면 하는 일이 2가지 있다. 하나는 담배이고 나머지 하나는 임신이다. 담배는 굳이 안 해봐도 좋다. 내가 해보니 안 좋더라. 한 번 해보고나니, 안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 그러니 처음부터 안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꼭 해보고 싶으면? 참아라. 하지마라. 그래도 진짜 꼭 해보고 싶고, 안 해보면 후회할 것 같으면? 그럼 해라. 불법은 아니다. 해도 된다. 그렇게 해보고 싶으면, 해라. 그럼 임신은? 이건 다르다. 절대 하지마라. 해보고 싶어도 하지마라. 아무리 아무리 해보고싶어도 하지 마라. 불법은 아니지만, 하지 마라. 몸 버리고 잘못하면 인생 꼬인다. 여러분이 앞으로 몇 년동안 하는 모든 일에 다 실수가 용납되지만, 임신은 예외다. 그것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책임을 요구하고, 여러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다. 이건 나중에 여러분 스스로가 책임질 마음이 생겼을 때, 그 때 해라. 그리고 그 때가 되면, 꼭 해라. 여러분이 우리에게 가장 큰 축복이듯이 여러분에게도 그것이 가장 큰 축복이 될 것이다. 끝

2015.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