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살인사건 4

ama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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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3. 8 금요일


최소장은 약간 무거운 머리를 안고 파출소에 들어섰다. 나이에 비해서 확실히 어제 과음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순경은 벌써 출근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소장님, 잘 주무셨습니꺼?”

“그래. 어제 잘 들어갔었나?”

어제 박순경이 최소장을 집까지 데려다 주고 갔었던 일이 기억났다.

“예.”

“지혜도 잘 데려다 줬나?”

“그라믄예. 잘 데려다 줬심니더.”

최소장의 책상 위에는 하얀 종이들이 놓여 있었다.

“이기 뭐꼬?”

“어제 소장님이 알아보라칸 겁니더.”

“뭐? 벌써 알아봤나?”

“예. 어제하고 오늘 아침에 컴퓨터로 김수영목사하고 믿음교회에 대해서 자료 뽑아본 겁니더.”

최소장은 박순경이 고맙게 느껴졌다. 아무리 젊다고는 하지만 늦게까지 술 마시고 피곤했을텐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김마리아가 준 디스켓도 아직 못보고 있었다. 최소장은 자리에 앉아 박순경이 책상 위에 올려놓은, 깨끗하게 출력된 종이를 집어 들었다.


믿음교회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xxx

전화번호 : xxx-xxxx

목사 : 김수영목사

장로 : xxx 부총리, xxx 내무부장관, xxx 전 국방부장관, xxx 전 기획원장, xxx 국회의원, xxx 국회의원, xxx 국회의원......


장로란에는 유력한 인사들의 이름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최소장은 이 이름들만 봐도 이 교회가 얼마나 대단한 교회이고, 따라서 김수영이 지닌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최소장은 어제 먹은 술로 인해 약간 속이 부대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배를 한 번 쓰다듬고는 계속해서 읽어 나갔다.


설립년도 : 1969년

설립자 : 김수영목사


뒤에 이어지는 글들은 믿음교회가 얼마나 대단한 교회인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그런 글들이었다. 물론 최소장에게는 대단하다기 보다는 역겹기만 했지만 말이다. 그는 뒤는 대충 읽고 다음 쪽을 폈다.


한국 인명 사전

김수영(411026- xxxxxxx)

직업 : 목사 (서울 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소재 믿음교회)

가족관계 : 부인 이선주여사(45년생)와 사이에 1남1녀의 자녀를 둠.

아들 김요셉(72년생)은 연세대학교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미국유학중

딸 김마리아(74년생)는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유학중

출신학교 : 서울고등학교, 한국신학대학, 영국 왕립신학대학 신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예철학박사

취미 : 골프

특기사항 : 김수영목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교회 목사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사업가로서도 아주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운영하거나 도움을 주고 있는 곳만 해도 전국에 산재해 있는 30여 곳의 교회뿐만 아니라, 은혜의 집을 비롯한 50여 개의 고아원, 양로원, 미혼모 보호소, 지체우 보호시설 등이 있다. 그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들이 있는 곳에서 저는 진정한 주님을 영접합니다. 그들은 사회에서는, 인간들에게서는 버림받았지만 결코 주님은 그들을 버리지 않으셨다는 걸 전 느낍니다. 전 그들과 함께 할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항상 그들과 함께 하기를 빕니다.’


“이 한국인명사전이라는 게 뭐꼬?”

“예, 신문사에서 한국 유명인사들의 약력을 조사해 놓은 김니더.”

“그래? 알았다.”

“다 보셨나 보지예?”

“그래.”

“별 거 없지예? 그라고 김요셉씨하고 김마리아씨에 대해서는 컴퓨터 갖고 더 알아보기는 어렵심니더.”

“그래, 알았다. 이만하면 됐다. 김마리아 만나기 전에 기초 자료로는 충분하다. 욕봤다.”

“아입니더.”

“그라고, 이거 프린트 좀 해도.”

“김마리아씨가 준 디스켓 입니꺼? 그거 억수로 양이 많은데예.”

“몇 장이나 되던데?”

“한 50장이상 되던데예.”

“그래도 프린트 좀 해도. 컴퓨터 쳐다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서 말이다.”

“알았심니더.”

“이면지에 해라.”

“예”

박순경은 최소장에게서 디스켓을 받아 들었다. 그는 프린트를 하면서 최소장에게 물었다.

“참, 컴퓨터 복사해 놓은 거는 우짜까예?”

“아, 그거... 우선 그 컴퓨터 안에 김마리아가 준 그 내용하고 똑같은 게 있는지 한 번 봐라.”

“안그래도 제가 한 번 더 봤는데예.. 그거는 없었심니더.”

“그래, 확실하나?”

“그라믄예. 확실합니더. 프린트 여깄습니더.”

박순경은 꽤 두껍게 프린트되어 나온 것을 최소장에게 건냈다. 정말 50장은 족히 돼 보였다. 최소장은 다시 한 번 자리를 잡고 글을 읽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글


나는 지금, 그야 말로 말 그대로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이 글을 시작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세상 어떤 일에나, 똑같은 일을 두고 좋다고 찬양을 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비난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신념을 갖고 여러 가지를 비난해 왔다. 혹은 언론이나 정치인을 비난하고, 깡패조직이나 특정 집단을 비난하고, 혹은 종교를 비난하고. 그리고 혹은 문학, 미술, 음악을 포함한 예술을 비난하고.

세상엔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한 번 믿기 시작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고 극단적인 맹신을 보내며 사는 일이 종종 있다. 정치인들이 그렇고, 깡패조직이 그렇고, 잘못된 종교 집단이 그렇다. 이 중에 가장 무서운 건 종교 집단이다. 마약보다 더 무서운 게 종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상에서 가장 악의에 차 있고, 폭력적이고 끔찍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 책을 성전이라고 믿고 따르는 무리들은 정말이지 소름이 끼치게 무섭다.


나는 지금 그 종교 집단을 비난할 의사는 없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비난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추측키로 아마 그들도 그들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비난과 질타를 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난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면, 그건 정말 한심한 일이다. 심지어는 그들 자신이 받는 비난이나 질타를 그들의 신이 미리 예견한 고난과 핍박이며, 이는 그들의 구원의 길을 앞당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단언하건데 그건 그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핍박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을 구원의 길로 이끄는 것도 아무 것도 아니다. 단지 그들의 잘못된 점을 꼬집어 얘기해 주고 있을 뿐이다. 단지 그들 자신이 눈과 귀를 막고 들으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그들은 극단적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조차 그들의 신에게 죄를 짓는 것이고, 그건 엄청난 저주와 징벌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엔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극단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있다. 오랜 세월동안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폭력적인 언어들로 그들은 협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몸이 아픈 사람이 치료를 거부하거나, 가정과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특정 종교 집단에 빠진 사람들을 불쌍하고 어리석다고 생각은 할 것이다. 내가 볼 때는 그들도 똑같이 어리석고 불쌍한데도 말이다.

여러분들은 바이블이라는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는가? 정말로 아무 선입견 없이, 마음을 비우고 제대로 한 번 읽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성경이라는 용어를 싫어한다. 그들은 그들의 신의 이름조차 이상하게 만들어 엉터리 주장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어떤 급한 일을 당했을 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아이고 하나님’ 하고 그들의 신을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신은 원래 이 땅에 있어왔고 항상 우리들 마음속에서 신으로 존재해 왔다는 엉터리 주장이다. 미안하지만 그들의 신의 이름은 하나님이 아니다. 그건 그들의 신을 이 땅에 갖고 들어온 사람들이 그들의 편의와 억지를 위해서 갖다 붙인 가짜 이름에 불과하다. 그들의 신의 이름은 ‘여호와’라고 그들이 일점일획도 틀림이 없다고 주장하는 바이블에 정확하게 나와 있다. 이건 마치 드라큘라라는 소설을 번역하면서 드라큘라라는 이름을 ‘아버지’라고 번역해 놓고 드라큘라가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고 우기는 것과 똑같다. 그리고 더군다나 우리가 무의식중에 부르는 이름은 국적불명의 ‘하나님’이 아니라 ‘하늘님’이다. 하나밖에 없다는 하나님이 아니라 하늘을 주관하는 하늘님이시다. 큰 어른 한울님이시다. 하늘님, 땅님, 신령님, 용왕님 할 때 하늘님이시다. 성경이라는 용어는 성스러운 책이라는 것인데, 난 바이블이 성스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난 나름대로 적지 않은 책을 읽어 왔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본 책 중에서 가장 나쁜 책이 바로 이 바이블이다. 세상의 그 어떤 책이 이보다 더 잔인하고 폭력적일 수 있을까? 난 문학적으로 그 책은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보다 더 폭력적이고 엉터리 같은 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건 나의 바이블에 대한 유일한 긍정적인 평가가 될 것인데, 세익스피어를 능가하는 아주 수려한 문체로 쓰여 졌다는 것이다. 난 근본적으로 세상 어떤 책이든 출판을 금지하고,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못 읽도록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아무리 선정적이든, 폭력적이든 말이다. 책이라는 것은 어떻게든 그 작가에 의해서 쓰여 질 수가 있고, 가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나쁘다고 생각하면 그만 읽으면 되는 것이고 남에게 읽기를 권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을 상대로 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너무 선정적이거나, 너무 폭력적이거나, 너무 비상식적이면 당분간(그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읽지 않도록 주의를 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서 가장 먼저 청소년에게 읽지 말도록 주의를 줄 필요가 있는 책이 바로 이 바이블이다. 얘기한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엉터리로 가득 찬 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친구’라는 영화가 사람을 죽이는데, 칼로 사람을 30번 이상을 찌른다는 이유로 그 영화는 너무나 폭력적이고 단지 깡패들의 세계를 미화한 엉터리 영화로 영화제 상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서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했다고 알고 있다. 비록 그 영화가 사상 최고의 관객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이긴 하지만 바이블이라는 책은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책은 아니다. 세상이 지 마음에 안 든다고 단 몇 사람만을 남겨 놓고, 동식물의 종자도 암수 한 쌍 씩만 남겨 놓고, 세상 모든 생명을 깡그리 몰살시켜 버리는 깡패가 세상에 또 있을 수 있는가? 이런 엄청난 깡패를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완벽한 존재라고 믿고 있는 정신병자 내지는 마약중독자 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많이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이 글을 읽고 나를 죽이겠다고 나서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나는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이 글을 시작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저지르기 전에 제발 한 번이라도 바이블을 제대로 읽어보고 뭐가 옳은지 뭐가 그른지 판단해 보기 바란다. 읽어보고도 못 느끼면 자신을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극히 바보스럽거나, 미련한 사람으로 보면 될 것이다. 아니면 너무나 깊이 협박받고 중독된 불쌍한 사람으로 이해하기 바란다. 제발 나에게 린치를 가하기 위해 달려오지는 마시라. 난 ‘여호와’라는 깡패 새끼는 하나도 안 두려운데, 다만 그를 믿고 따르는 맹신적인 중독자나 환자는 두렵고도 두렵다.

세상엔 무엇인가를 찬양할 자유도 있지만 반대로 비난할 자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도중에라도 도저히 분을 못 참겠거든 조용히 책을 덮고 안 읽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렇게 맹신하는 바이블을 조용히 다시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적어도 모세5경이라고 불리는 구약의 앞의 5편과, 4복음서라고 불리는 신약의 앞부분 4편, 그리고 마지막에 있는 요한계시록 내지는 요한묵시록만이라도 말이다. 그러면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그 책이 얼마나 나쁜 언어들로 메워져 있으며, 얼마나 많은 폭력과 증오로 가득 찬 책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도 너무 많아 보이면, 구약의 처음인 창세기와 신약의 복음서 하나, 그리고 마지막인 요한계시록만이라도 꼭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바이블이라는 책은 구약 39권, 신약 27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역사소설이다. 삼국지연의나 소설허준같은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허구를 가미한 소설이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 소위 모세5경이라고 불리는 구약의 처음 5편, 그리고 4복음서라고 불리는 신약의 4편, 그리고 마지막 요한계시록이다. 나머지 부분들은 지루한 나열과, 시 그리고 엉터리 생각을 주장하고 있는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나도 여기에서는 이 10편을 중심으로 얘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펼칠 이야기들이 논리적인 비약이나 억지가 없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적어도 바이블만큼 엉터리 같은 논리적 비약이나, 거짓 또는 억지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참고문헌


관주성경전서 개역한글판 1962년 초판 재단법인 대한성서공회 발행

셀프성경(Self Study Bible) 1991년 초판 아가페출판사

리더스다이제스트성경 원문감수 브루스 메츠거, 번역 감수 서광순, 김이곤 1987년 초판 동아출판사

하룻밤에 읽는 성서 이쿠타 사토시 지음 김수진 옮김 2000년 초판 중앙M&B


최소장은 여기까지 읽고 고개를 들었다. 김요셉인지 김철수인지 하는 청년이 성경인지 바이블인지를 비판하려는 글이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니는 이 글 다 봤나?”

“아니예. 처음에 조금만 봤는데 성경을 억수로 깠던데예. 안그래도 인자 다 읽어 볼라꼬예.”

박순경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젊은 사람들은 모니터를 그렇게 오래 쳐다보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거나 하지는 않나 보다. 최소장이 다시 글을 읽기 시작하려는데 지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저씨, 저 왔어요. 오빠, 나 왔어.”

지혜는 경쾌하게 인사를 했다.

“요새 니 진짜 자주 온다.”

박순경이 역시 지혜에게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최소장이 보기에는 이 젊은이들은 그러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듯했다.

“오빠 보러 온 거 아니네.. 아저씨 보러 왔지. 아저씨 꿀물 드세요”

지혜는 이번에는 커피가 아니고 꿀물을 풀어 놓고 있었다. 어제 술을 마신 속을 알아주는 게 고마웠다.

“와 또 아저씨고? 오빠라 칸다면서?”

역시 박순경이 참지 못하고 지혜에게 핀잔을 주었다.

“....”

지혜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이 없었다.

“어제, 죄송했어요, 아저씨. 제가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아이다, 괜찮다.”

“아저씨, 꿀물 드세요. 오빠도 꿀물 먹어.”

지혜는 다시 밝아졌다.

“그런데 이게 뭐야?”

지혜는 박순경이 보고 있는 모니터를 보며 물었다.

“오빠, 일은 안하고 야한 거 보고 있는 거 아냐?”

“야가 무슨 소리 하노? 야한 거라니.. 김철수씨가 쓴 글이다 아이가.”

“뭐, 그 오빠가? 어디 나도 좀 봐.”

“안 된다.”

“왜 안 돼?”

“수사상 비밀이다.”

“뭐, 오빠!”

지혜는 둘을 쳐다보며 꿀물을 홀짝거렸다. 한결 속이 나아지는 느낌이었다.

“아저씨, 저도 저거 좀 보게 해 주세요, 네?”

최소장은 지혜에게 보여도 크게 낭패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더구나 그녀는 김철수에 관한 일에 굉장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그녀에게는 이게 마지막 김철수가 전하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 보여준들 뭐 어떨라고.

“그래, 만호야, 하나 복사해 줘라.”

“예, 소장님.”

“니는 프린트 해줄 필요 없제? 그냥 디스켓에 카피해 주면 되제?”

“응. 고마워, 오빠. 고마워요, 아저씨.”

잠시 후 지혜는 꿀물 보따리와 디스켓을 챙겨서 파출소를 나갔다.

“이제 제가 할 일은 뭐 없습니꺼?”

“오늘은 없다.”

“김마리아씨한테는 언제 전화하실 겁니꺼?”

“어제 시신 모셔 갔으니 오늘쯤 장례치를거고.. 내일쯤 전화해 보지 뭐.”

“그럼 그때까지는 할 일이 없겠네예.”

“그래. 니도 좀 쉬어라.”

“예.”

최소장은 다시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는 하루 종일 그 글만 읽었다. 박순경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