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에톤의 죽음을 빙자해서 읽는 그리스신화와 세상 이야기 1

ama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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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파에톤의 죽음’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하나 쓰려고 한다. 파에톤의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그리스신화 이야기를 이것저것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카루스의 죽음에 관해서도 이야기 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신화를 이야기하고, 신화에서의 은유와 암시를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길지 않게, 복잡하지 않게 쓰려고 노력은 할 것이나, 장담은 못하겠다. 그래도 여기서 이야기 되어지는 내용은 외워두면 좋을 것이다. 서양 회화나 조각 작품들을 대하게 되면 아는 척 하기 좋을 것이고, 서양 문학 작품을 읽기가 용이해 질 것이다. 그러니 무턱대고 읽지 말고, 외우면서 읽자. 외워두면 구라 풀기 좋다.


파에톤의 죽음을 빙자해서 읽는 그리스신화와 세상 이야기


한 남자가 죽었다.

하늘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는 온 몸에 불이 붙어, 하늘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의 누이들은 슬피 울었다.

그를 죽인 이는 신중의 왕, 제우스였고

슬피 운 누이들은 포플러 나무로 변한 헬리아스들이었다.

그의 누이들이 흘린 눈물은 강의 수면에 닿는 즉시 호박으로 변했다.

그의 아버지는 태양신 아폴론이었고

그의 어머니는 요정 클리메네였다.

그의 이름은 파에톤이었고 ‘빛나는 자’라는 뜻이다.


1. 파에톤의 할아버지 제우스


예로부터 제우스의 바람기는 유명하다. 만약에 제우스가 바람둥이가 아니고, 그래서 그리스신화에서 이 제우스의 바람기 이야기들이 없었다면 그리스신화는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물론 이 이야기들이 무척 재미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이 이야기들이 제우스를 훨씬 더 인간스럽게 만들고,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그를 친근하게 느끼게 만든다.

이는 그를 이웃의 한 지방신인 여호와라는 신과 구별 짓게 하는 점이다. 여호와는 독선적이며, 실수를 하지 않으며, 절대적인 권력을 가졌다. 그래서 그는 바람을 피우지 않으며, 웃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는다. 물론 후회를 하지도 않는다. 그에 비해 제우스는 아주 미미한 힘을 가졌으며, 우리 사람들처럼 온갖 실수를 저지르고 다닌다. 마음에 드는 여자만 보면, 그녀가 여신이든 요정이든, 심지어는 사람 여자이더라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자빠뜨리고 본다. 그래서 아내인 헤라에게 늘 혼난다. 그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후회도 한다. 결정적으로 그는 실수도 한다. 정이 가는 녀석이다.

나는 우리가 이 두 신 중에 하나를 믿고 따라야 한다면 제우스를 택하고 싶다. 여화와는 싫다. 정이 안 간다. 하지만 제우스는 정이 간다. 우리에게는 우리랑 같이 웃어주고, 우리랑 같이 울어줄 신이 필요한 게 아닌가? 세월호가 바다에 빠져 우리의 아이들이 그렇게 죽어갔다면, 우리는 얼른 우리들 곁으로 달려와서 기꺼이 같이 울어줄, 그런 신을 원하는 게 아닌가? 구중궁궐 깊숙이 숨어서,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후회도 반성도 안하고, 우리들 곁으로는 절대로 가까이 오지 않는 그런 신을 원하는가? 제우스와 여호와는 각각 어떤 신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를 바란다.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부터 알고 지내던 누님 한 분이 생각난다. 그녀는 파란 기와를 이은, 커다란 집에 살고 있는데 이름은 박모양이라고 한다. 박씨 성을 가진 모 여성이라고 박모양일 수도 있고, 박씨 성을 가지고 모양내는 것만 엄청 좋아한다고 박모양일 수도 있다. 그녀는 엄청난 부와 권력을 가졌지만, 여러 가지로 상태가 좀 안 좋다. 마침 세월호사건(이것은 분명히 사건이다. 사고가 아니고 사건 말이다)이 나자마자 나는 그녀를 애타게 찾았다. 그녀의 엄청난 재력과 권력으로 뭔가 많은 도움이 되자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녀는 묵묵부답 말이 없다가 사건이 나고 7시간이나 지난 다음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의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어렵니?”

그렇게 7시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텔레비전이 당시 상황을 내보내고 있고, 기울어져가는 배 안에서 아이들이 그렇게 죽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정말이지 누나만 아니면 한 대 치고 싶었다. 나는 어이 없이 누나를 쳐다보다 물었다.

“누나는 7시간 동안 어디서 뭘 했길래 그런 소리를 해?”

그러자 누나가 발끈하여 말했다.

“그걸 니가 왜 알려고 해? 내가 어디서 뭘 했으면 왜?”

내가 한심하여 다시 말했다.

“아니, 하도 한심해서 그래. 세상이 이렇게 소란스러운데 7시간 동안 테레비도 안봤어? 사람들한테 얘기도 안 들었어?”

그러자 누나가 말했다.

“내가 어디서 뭘 했건, 너는 신경 쓰지 마. 한번만 더 그런 걸 물으면 나 진짜 화낸다.”

이 누나는 하도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어서, 진짜로 화를 내면, 정말이지 무섭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누나가 무서워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묻고 싶은 말을 못 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입을 다물지 않는 몇몇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여전히 이런 누나에게 욕을 하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고맙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이 땅에 사는 희망을 본다.

이쯤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고자 한다. 요즘 팟캐스트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는 김용민이라는 남자가 있다. 몇 해 전에 감옥으로 끌려간 정봉주를 대신하여 노원구에서 출마를 한 남자다. 통상 ‘목사 아들 김용민’, ‘돼지 김용민’으로 알려진 그 사람이다. 그 당시 권력집단과 언론집단에서 아무 것도 아닌 과거의 발언을 교묘히 발췌하여 ‘막말 김용민’으로 그를 매도했었다. 그 결과 그는 보기 좋게 낙마를 하였고 다른 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닉네임을 ‘국민욕쟁이’라 고치고 한동안 우울해 하였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막말이라도 해주어 고맙다. 그래도 네가 그렇게 욕이라도 해주어 고맙다. 그래도 네가 그렇게 앞장서서 싸워주어 고맙다. 너는 ‘국민욕쟁이’지만, 나는 욕도 못하는 ‘겁쟁이국민’이다. 내가 누군지 밝혔다. 나는 겁쟁이국민이다.


똑같은 상황을 제우스와 여호와에 대입해 보자. 두 신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면 어떨까? 한 신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하나 있어서 정인횟집에서 회 먹으면서 낮술 한 잔 하고 같이 잔다고 몰랐어요. 미안해요. 이제부터 같이 수습합시다”

그리고 우리랑 같이 울어주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다른 한 신은 어떨까?

“어떤 새끼가 그따위 질문을 해? 내가 어디 있었는지는 왜 물어? 내가 하는 일을 너희 같은 놈들이 알아서 뭐해? 확 온 천지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까 보다.”

그리고는 아무런 질문도 허용하지 않고,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고, 아무런 조사도 허용하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물고 제 방에 들어가 버릴 것이다.

이게 제우스와 여호와의 차이다. 누가 제우스이고 누가 여호와인지는 각자가 판단하면 될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누나가 신이나 마찬가지라서가 아니다. 다만 그 누나 자신이 거의 신이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내가 처음에 말했잖아. 그 누나, 상태 좀 안 좋다고. 그리고 사람들이 이 누나를 다른 누나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누나는 그 누나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상태 안 좋은 다른 누나다. 나는 겁쟁이국민이다. 이 누나는 그 누나가 절대로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김용민에게 한 마디 더해야겠다. 목사 아들 김용민에게 말이다. 앞으로 글을 더 써나가면서 네가 믿는 신에 대해 많은 의심과 욕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너의 지성을 믿는다. 너에게 그 신을 믿을 자유가 있듯이, 내게도 네가 믿는 그 신을 의심하고, 부정하고, 욕을 할 자유가 있는 것 아닌가. 부정하고 욕을 할 자유를 허락지 않는 존재는 믿음을 받을 가치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누나를 신처럼 생각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믿는 신만이 유일한 참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혹여 나를 해코지라도 할라치면, 제발이지 돼지야, 그들을 좀 말려다오. 나는 겁쟁이국민이잖아. 나는 무섭다. 지금도 무섭다.


2. 하얀 암소로 변한 이오


이제부터 제우스가 바람피운 이야기들을 할텐데, 그 처음은 당연히 이오 이야기이다. 강의 신 이나코스에게는 딸이 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오였다. 이오는 기가 막히게 예뻤나 보다. 제우스가 그냥 둘 리가 없다. 자빠뜨렸다. 한 번 자빠뜨렸는지 여러 번 자빠뜨려서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제우스가 이오랑 뭔가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헤라의 눈에 띌 것이 불안하여 제우스는 그 주위를 검은 구름으로 감싸 버렸다. 하늘에서 헤라가 보니 유독 한 곳만 검은 구름이 잔뜩 있는 거라, ‘이거 수상하다. 또 이 놈의 제우스가 뭔가 불미한 일을 저지르나 보다’ 싶어서 그 곳으로 달려 내려갔다. 제우스도 이를 눈치 채고는 다급한 김에 얼른 이오를 한 마리 암소로 변신시켜 버렸다. 그리고 자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풀밭에 누워 쉬고 있는 척을 했다.

헤라가 와서 보니, 제우스는 뭔가 죄지은 표정으로 누워 있는데, 그 옆에 지상에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예쁘고 하얀 암소 한 마리가 있는 것이었다. 워낙에 예쁜 이오라 암소로 변해도 특출나게 예뻤나 보다.

“이 암소는 뭐예요?”

헤라가 물었다.

“나야 모르지. 그냥 암소지 뭐.”

제우스는 딴청을 피우며 대답했다. 헤라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어머, 정말 예쁜 암소네. 이 암소 나 주세요.”

제우스는 난감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랑하는 정부를 본처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안주자니 안 줄 빌미가 없다.

‘이노무 여편네가 이미 다 알고 이러는구나.’

하지만 제우스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럼 그러든지 뭐.”

그렇게 제우스는 영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암소로 변한 이오를 헤라에게 내주고 말았다. 헤라는 제우스가 이렇게 순순히 암소를 내어주자 자기가 잘못 생각했나 싶기도 하였으나 끝까지 그 의심을 풀지는 않았다. 그녀는 암소로 변한 이오를 아르고스라는 괴물에게로 데리고 갔다.


여기에서 잠깐, 그리스 신화에는 ‘아르고스’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가 3번 나온다. 첫 번째는 여기 나오는 헤라의 명령으로 이오를 지키는, 눈이 100개 달린 괴물이다. 두 번째는 이아손이 황금모피를 찾으러 원정을 떠날 때, 그 원정선인 배를 만드는 장인이 아르고스이다. 그래서 그 원정선도 아르고호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 배를 타고 원정에 나섰던 사람들을 아르고원정대라고 부르고 말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딧세이아의 충실한 개 이름이 아르고스이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오딧세이아는 신들의 방해로 집이 있는 이타까까지 가는데 9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 오딧세이아의 집에서는 그의 생사여부도 모르고 곤란을 겪고 있었다. 마침내 9년만에 오딧세이아가 집으로 돌아오고, 거지꼴로 돌아온 오딧세이아를, 집 안 식구 아무도 못 알아보지만, 아르고스는 한 눈에 알아봤다. 그리고 이 늙은 충견 아르고스는 그제사 안심한 듯 눈을 감는다.


헤라는 암소로 변한 이오를 아르고스라는 괴물로 하여금 지키게 했다. 아르고스는 얼굴에, 혹은 몸에 눈이 100개나 달린 괴물이다. 그는 잠을 잘 때에도 2개의 눈만 감고 나머지 98개의 눈은 뜨고 있는 것이다. 아르고스는 24시간 이오를 지키게 되었다. 하늘에서 이를 지켜본 제우스는 이오가 딱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아들인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불렀다. 그리고는 아르고스에게서 이오를 구출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헤르메스는 날개가 달린 모자, 혹은 날개가 달린 부츠, 혹은 이 둘 다를 가지고 하늘에서 지상, 그리고 지하 세계까지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유일한 신이다.

헤르메스는 곧장 아르고스가 이오를 지키고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양치기로 변장을 했다. 그는 아르고스 옆에 앉아서 판플룻 혹은 쉬링크스하고 부르는 악기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아르고스는 헤르메스가 부는 판플룻 소리에 매료되어 넋을 놓고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스르르 잠이 들기는 했는데, 여전히 2개의 눈만을 감고 있었다. 헤르메스는 이번에는 판플룻의 기원에 대한 재미있지만 지루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아르고스는 마침내 100개의 눈을 다 감고 잠이 들어 버렸다. 아르고스가 완전히 잠이 든 것을 확인한 헤르메스는 이오를 구출하고 아르고스를 죽여 버렸다.

나중에 아르고스가 죽은 걸 알게 된 헤라는 아르고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100개나 되는 아르고스의 눈을 떼다가 자기의 신조인 공작의 깃털에다 붙여 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공작의 날개에는 아르고스의 100개의 눈이 선명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이후에도 헤라는 이오에 대한 의심과 분노를 거두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에는 등에 한 마리를 보냈다. 이 조그만 등에 한 마리에 쫓겨 이오는 온 세상을 돌아 다녔다. 이를 불쌍히 본 제우스가 결국은 헤라에게 사실을 다 밝히고 잘못을 인정하고 나서야 이오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3. 큰곰자리가 된 칼리스토


이오 사건이 있고나서도 제우스는 결코 그 바람기를 잠재우지 못했다. 이번에는 아르테미스 여신을 따르는 요정 칼리스토였다.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다. 영어식 이름은 다이아나이다. 영국 황태자비로 어처구니없게 죽은 그 여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르테미스의 아빠는 제우스이고 엄마는 레토 여신이다. 그리고 그녀의 남동생은 태양의 신 아폴론인 것이다. 이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며 사냥의 여신이다. 그녀에게는 그녀를 따르며 함께 사냥을 하는 요정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칼리스토였다. 어느 날 이 칼리스토의 아름다움에 반한 제우스는 칼리스토를 자빠뜨리려 하였다. 하지만 칼리스토는 그런 제우스를 피하기만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르테미스는 처녀신인 것이다. 그녀는 남자와의 부정한 짓을 지극히 혐오하는 여신이었다. 따라서 그녀를 따르는 요정들도 순결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욕심을 채우지 못한 제우스는 꾀를 하나 내었다. 제우스는 칼리스토가 숭배하는 아르테미스로 변신을 하고 그녀에게 접근을 했다. 즉, 제우스는 칼리스토를 차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딸의 모습으로 변신을 한 것이다. 아르테미스의 모습을 한 제우스에게 칼리스토는 경계를 풀었고, 마침내 제우스는 그런 칼리스토를 자빠뜨리고 말았다. 나중에 제우스에게 속아서 몸을 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칼리스토는 부끄러움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만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아르테미스는 부정을 저지른 칼리스토를 내어 쫒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칼리스토는 아들을 낳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아르카스였다.

나중에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칼리스토가 제우스의 아이를 낳은걸 알게 된 헤라는 그 질투심에 칼리스토를 한 마리 곰으로 만들어 버렸다. 비록 몸은 곰으로 변했지만 칼리스토의 심성은 결코 곰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같은 곰이나 다른 산짐승들이 무서워 어쩔 줄 모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가 한 사냥꾼과 마주쳤다. 사냥꾼은 활을 들어 칼리스토를 쏘려고 했다. 이 사냥꾼은 실은 칼리스토의 아들인 아르카스였다. 하늘에서 이를 지켜본 제우스는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아들의 모친살해의 순간이었다. 그는 급하게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와 이를 사냥하려는 아르카스 둘 다를 하늘로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는데, 이 별자리들이 지금도 밤이면 북쪽 하늘에서 특별히 반짝이는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인 것이다. 그리고 이 큰곰자리 별자리가 바로 우리가 아는 북두칠성인 것이다.


4. 유럽 이름의 기원이 된 에우로페


동방에 페니키아라는 나라가 있었다. 아시아 대륙에 위치한 페니키아는 당시 그리스보다 훨씬 더 뛰어난 문명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었다. 실제로 현재 그리스 신들이라고 믿고 있는 수많은 신들이 이곳 페니키아를 비롯한 동방에서 이입된 신들이 많다.

이 곳 페니키아에 에우로페라는 이름을 가진 공주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하늘이 맑게 개인 어느 날 시녀들을 데리고 바닷가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 하늘에서 에우로페의 아름다움을 본 제우스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는 아주 아름다운 황소로 변신을 하고 에우로페 앞에 나타났다. 난생 처음 보는 아름다운 황소에게 에우로페가 말했다.

“어머, 너는 어디서 왔니?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황소가 다 있네.”

그러자 제우스가 변신한 황소는 제 등을 내주며 올라타라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에우로페는 그 황소의 등에 사뿐히 올라앉았다. 그러자 제우스는 에우로페 공주를 등에 태우고는 푸른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자신의 고향 격인 크레타 섬으로 갔다. 거기에서 제우스가 뭘 했겠는가? 당연히 에우로페를 자빠뜨렸지 뭐.

이때부터 지금의 유럽대륙은 아시아에서 떨어져 나와 유럽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유럽은 곧 에우로페의 영어식 이름인 것이다.


한편 딸을 잃은 페니키아 왕은 아들(곧, 에우로페의 오빠)인 카드모스에게 누이동생을 찾아 올 것을 명했다.

“누이동생을 찾을 때까지는 돌아올 생각을 말아라.”

하고 말이다.

카드모스는 곧 에우로페를 찾아 길을 떠났고, 아무리 해도 에우로페의 흔적을 찾지 못한 카드모스는 부왕의 명령도 있고 해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신만의 나라를 세우니 곧 테바이, 즉 테베인 것이다.


5. 천주(하늘의 술)을 따르는 미소년 가니메데스


제우스의 바람기는 비단 여자나 여신에게만 그치지는 않았고 미소년 가니메데스에게까지 미치었다. 제우스가 사랑한 이 미소년은 나중에 천상에서 술을 따르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신들이 먹는 음식은 인간의 것과 좀 달랐다. 신들이 먹는 음식은 암브로시아라고 하고, 그들이 마시는 음료는 넥타르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어디선가 얼핏 들어본 이름들이라는 느낌이 있을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 ‘넥타’라는 이름을 가진 음료가 있었는데 이 넥타가 넥타르의 영어식 이름인 것이다.

신들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오락을 할 때, 먹고 마시는 음식이 이 암브로시아와 넥타르인데, 이 넥타르를 관리하며 신들에게 넥타르를 따르는 역할을 맡은 여신이 있었으니 청춘의 여신 헤베였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헤라클레스가 죽어서 하늘의 별자리가 되고, 인간의 몸으로 신이 되었을 때, 그간 헤라클레스를 못마땅해 하던 헤라는 헤라클레스와 화해를 하고 헤베를 그의 아내로 삼게 해 준다. 그리고 술을 따르는 역할을 이 제우스의 미소년 가니메데스에게 맡긴 것이다.

가니메데스는 트로이아의 왕자였는데 제우스는 독수리로 변신을 하여 이 미소년을 납치를 한 것이다. 그리고 헤베를 대신하여 신주를 따르는 역할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