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에톤의 죽음을 빙자해서 읽는 그리스신화와 세상 이야기 4

ama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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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파에톤의 아버지 아폴론


당시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을 들라면 누구나 아폴론을 들 것이다. 아폴론은 젊고 잘 생겼다. 그는 태양의 신이고, 음악의 신이고, 의술의 신이다. 활도 잘 쏜다. 즉 젊고 잘 생기고 스포츠도 잘하고 음악도 잘하는 의사이다. 지금 봐도 인기가 있을 만하다. 제우스의 아들이자 파에톤의 아버지인 아폴론도 그 아버지만은 못하지만 나름 유명한 사랑이야기들이 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자.


11. 월계수가 되어 버린 다프네


아폴론이 큰 뱀 퓌톤을 활로 쏘아 처치하고나서 약간 우쭐해 있을 때, 에로스를 만났다. 에로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활을 들고 다니며 사람이나 신들의 마음에 사랑을 일으키게 만들기도 하고, 사랑을 거부하게 만들기도 하는 신이다. 서양 회화에서 활을 들고 있는 신은 아폴론과 에로스 둘뿐이다. 비록 에로스는 어린 모습으로, 몸에는 조그만 날개를 달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에로스를 만난 아폴론이

“에로스야, 활과 화살은 장난감이 아니란다. 나처럼 퓌톤을 처치한 신에게나 어울리는 물건이야.”

하고 놀렸다. 이에 에로스가 화가 나서 아폴론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웠다. 원래 에로스는 약간 장난기가 있는 신이었다. 그는 금으로 된 화살을 아폴론에게 쏘고 납으로 된 화살을 요정인 다프네에게 쏘았다. 금으로 된 화살은 마음속에 사랑을 일으키게 하는 화살이고, 납으로 된 화살은 사랑을 거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폴론이 다프네를 보자 사랑하는 마음이 불같이 일어 사랑을 갈구하게 되었고, 다프네는 이 아름다운 아폴론 신의 사랑을 거부하게 되었다. 아폴론은 쫒아가고 다프네는 도망가기를 한참이나 하다가 결국 다프네가 아폴론 손에 잡히기 직전이 되었다. 그녀는 아폴론 손에 잡히기보다는 차라리 죽기를 원했다.

“아폴론 손에 잡히느니 차라리 제 모습을 바꿔주세요. 이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그렇다면 말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 다프네의 몸이 서서히 변했다. 다리는 서서히 땅속으로 파고들어 나무의 뿌리와 줄기가 되었고, 팔은 나무의 가지가 되었다. 그녀는 결국 한 그루 월계수 나무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아폴론은 여전히 월계수로 변한 다프네에게 사랑과 미안함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 이때부터 아폴론은, 그 전에는 떡갈나무 잎사귀였던 화관을 월계수 잎사귀로 대체하게 되었다. 다프네에 대한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서양 그림에서 월계수 잎사귀로 된 화관을 쓴 아폴론을 종종 볼 수 있는 것이다.


12. 코로니아와 아스클레피오스


아폴론의 신조가 까마귀이며, 이는 태양을 상징한다는 얘기는 이미 했다. 하지만 이 까마귀가 원래는 흰 새였는데 검어진 이유가 있다고 한다. 지금 그 이야기를 하자.

당시 아폴론에게는 코로니아라는 애인이 있었다. 코로니아는 까마귀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코로니아가 아폴론을 두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장면을 까마귀가 보고는 아폴론에게 달려가서 일러 바쳤다. 그래서 아폴론은 화살로 이 코로니아를 쏘아 죽이고 말았다. 그런데 이때 코로니아는 아폴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어가는 코로니아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아폴론은 이 아이를 끄집어내어 현자로 알려진 켄타우로스 족의 케이론에게 맡겨 키우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화가 난 아폴론은 자신이 그런 성급한 행동을 하게 만든 까마귀에게 벌을 준다. 그 동안 흰색이었던 까마귀를 검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한편, 이 코로니아가 낳은 아이가 자라 의성 아스클레피오스가 된다. 아폴론이 의술의 신이듯, 아스클레피오스는 최고의 의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아스클레피오스의 제자 내지는 자손이 히포크라테스라고 한다.

나중에 이 아스클레피오스가 병 든 자를 고치고, 심지어는 죽은 자를 살리는 기적까지 부리자 하데스가 제우스에게 따졌다.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자가 병든 자를 다 살려서 죽는 자가 없어지고, 심지어 죽은 자까지 살려버리니, 제우스대신은 우리 지하세계를 망하게 할 작정이시오? 어떻게 좀 해주시오.”

제우스는 하데스의 불평을 듣고 곧바로 벼락을 때려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여 버렸다. 아폴론은 자신의 아버지인 제우스가 자신의 아들인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인데 대해 좀 삐치게 되었다.


13. 아폴론의 남자 애인, 히아킨토스


제우스에게 남자 애인 가니메데스가 있었다면 아폴론에게는 히아킨토스가 있었다. 아폴론은 이 미소년 히아킨토스를 사랑하여 한 시도 떨어져 지내려고 하지를 않았다.

어느 날 아폴론은 히아킨토스와 원반을 던지며 놀고 있었는데, 아폴론이 던진 원반이 땅에 맞고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서 그만 히아킨토스에게 정통으로 맞아 그를 죽이고 말았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애인을 죽인 아폴론은 후회와 자책을 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다만, 땅에 떨어진 그의 피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나게 했는데 이 꽃이 히아신스이다. 히아킨토스는 히아신스라는 뜻이다.


14. 파에톤의 죽음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인 파에톤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파에톤의 엄마가 누구라고? 클리메네, 요정이다. 다프네와의 사랑에 실패하고 난 뒤에 아폴론은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요정 클리메네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파에톤을 낳았다. 그런데 아버지 없이 자라는 파에톤을 친구들이 놀렸다. 아무리 아버지가 아폴론이라고 한들 믿지를 않는 것이다.

“너네 아버지가 아폴론 신이라는데, 어떻게 믿니? 그게 정말이라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도 있어야지. 제우스 대신과 이오나 칼리스토라든가 말이야.”

이러면서 믿지를 않는 것이었다. 파에톤은 집으로 돌아와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며 정말로 자신의 아버지가 아폴론이냐고 재차 물었다.

“네 아버지가 아폴론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야. 정 못 믿겠거든 아버지를 찾아가 보렴. 해 뜨는 동쪽으로 쭉 가면 아버지의 집이 있을 것이야. 가서 네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확답을 받고 오렴.”

그래서 파에톤은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나게 되었다. 동 쪽으로 동 쪽으로 길을 가서 마침내 해 뜨는 곳에 도착했다. 오늘날의 인도 어디쯤 된다고 보면 된다.

아폴론의 집에 대한 묘사는 자세하게 나와 있다. 온갖 보석으로 치장되고, 계절의 여신들을 포함한 태양의 운행과 관계된 여러 신들이 나열해 있고 아폴론은 단상에 앉아 있는 곳이다.

“아버지, 제가 왔어요. 아버지의 아들 파에톤이에요.”

하고 파에톤은 아폴론에게 말했다. 아폴론은 아들을 부정할 만큼 비열하지가 않았나보다. 그는 파에톤을 아들로 인정하고 반갑게 맞아 주었다. 파에톤은 친구들이 믿지를 않아서 직접 아버지를 뵙고 아들이라는 확답을 받으려고 찾아 왔노라 말씀을 드렸다.

“그래, 잘 왔다. 너는 틀림없는 나의 아들이다. 그 확답으로 내가 너의 소원 하나를 들어 줄 터이니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도록 해라.”

“그럼, 제가 소원을 말씀드리기 전에 저 스틱스 강에다 맹세해 주세요.”

아들을 만난 반가움에 그랬을까, 위대한 이성을 가진 아폴론 신이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스틱스 강에다 맹세를 했다. 전에도 얘기한 바가 있지만, 아무리 신이라도 이 스틱스 강에다 맹세를 하면 그 약속을 꼭 지켜야 하는 것이다.

“제가 정녕 아버지의 아들이 맞다면, 하루만 저 하늘을 나는 태양의 마차를 몰게 해 주세요.”

파에톤은 이런 소원을 말했다. 아폴론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맹세한 자신을 원망하며 아들을 타일렀다.

“아들아, 그건 안 될 말이다. 다시 한 번만 생각을 잘 해 보거라. 저 태양의 마차를 몬다는 것은 이 아비에게도 더없이 어려운 일이다. 저 신중의 신 제우스 대신도 못하는 일이다. 부디 다른 소원을 말해 보거라.”

하지만 파에톤은 고집을 부렸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할 수없이 아폴론은 황금으로 된 태양마차를 준비시키면서 다시 한 번 아들에게 단단히 일렀다.

“고삐를 잘 잡아야 한다. 저 하늘에는 정말로 무시무시한 곳들이 많이 있다. 독을 잔뜩 품고 있는 전갈, 날카로운 뿔을 가진 황소, 무시무시한 곰, 사냥꾼 등. 어떤 일이 있어도 당황하지 말고 고삐를 잘 잡고 마차를 몰아야 한다. 너무 낮게도 날지 말고, 너무 높게도 날지 말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소원을 취소하도록 말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파에톤은 저 태양의 마차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좋았다. 하지만 이내 마차를 모는 말들이, 지금 마차를 모는 이가 태양의 신 아폴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태양의 마차가 아폴론이 말한 지역으로 들어가자 문제가 생겼다. 전갈이라든지, 황소라든지 하는 무시무시한 생명체를 본 파에톤은 아찔해져서 고삐를 놓치고 말았다. 파에톤은 후회를 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그리고 말들은 제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곰자리에 너무 가까이 가서 곰의 꼬리에 불이 붙기도 했다. 하늘이 엉망이 되었다. 파에톤의 고향인 에티오피아 땅 위를 날 때는 너무 땅에 가까이 날아 대지를 태워 버렸다. 이 바람에 그 곳 사람들이 까맣게 변했다고 한다. 대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 바다가 바닥을 드러낼 지경이 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제우스가 급하게 벼락을 던졌다. 마침내 파에톤은 몸에 불이 붙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몸에 불이 붙은 상태로 하늘에서 아래로, 하늘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넓은 대양에 빠졌다. 하지만 불이 붙은 파에톤의 몸에서는 한동안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파에톤의 누이들, 즉 아폴론의 딸들인 헬리아스들이 오빠의 죽음을 슬퍼하여 강기슭의 포플러 나무가 되고 그녀들이 흘린 눈물이 수면에 떨어져 하나하나가 호박 구슬이 되었다고 한다. 헬리아스는 헬리오스의 딸이라는 뜻이고, 헬리오스는 태양신을 뜻하며 여기에서는 아폴론과 동일인으로 보면 된다. 파에톤은 ‘빛나는 자’라는 뜻이다.


이렇게 우리의 파에톤은 죽었다. 이 이야기도 여기서 끝일 수 있다. 하지만 파에톤의 죽음과 함께 우리들이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죽음이 있다. 그건 이카루스의 죽음이다. 그래서 지금 이카루스의 죽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