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에톤의 죽음을 빙자해서 읽는 그리스신화와 세상 이야기 7

amawriter
이동: 둘러보기, 검색

21. 마이다스의 손(Midas touch)


그만 끝내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끝내야겠다. 마이다스의 손 이야기이다. 사람이 하는 일마다 잘 되거나 대박을 터뜨리면 그를 일러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한다. 좀 더 직역을 하면 손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마이다스가 기적의 손을 갖게 된 이야기와, 그 뒷이야기들을 해보기로 하자. 그 전에, 마이다스는 영어식 이름이고 그리스에서는 미다스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미다스라고 부르겠다.


22.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소아시아 땅에 고르디우스(Gordius)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원래 가난한 농부였는데 졸지에 사람들에게 추대되어 왕이 된 사람이다. 소아시아의 프리기아라는 나라에서 왕이 후사 없이 갑자기 죽어 버렸다. 사람들이 신탁을 받아보니, 바퀴가 4개 달린 마차를 타고 오는 사람이 있을텐데, 그 사람을 왕으로 옹립하라는 신탁이었다. 당시의 마차는 전부 바퀴가 2개였던 모양이다. 그래, 사람들이 어느 미친 자가 마차에 바퀴를 4개씩이나 달고 다닐까 했는데, 그런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고르디우스였다. 고르디우스는 자신의 마차에 보다 편하게 많은 짐을 싣고 다니려고 원래 2개만 있던 마차 바퀴를 4개를 달고 다녔던 것이다. 사람들이 그를 추대하여 왕으로 모셨다. 졸지에 왕이 된 그는 그가 타고 다니던 바퀴 4개 달린 마차를 신탁을 내린 신전에 바쳤다. 그리고는 훔쳐 가는 사람이 없게 매듭을 단단히 지어 놓았다. 어찌나 단단히 묶었던지, 이 매듭은 아무도 풀지를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매듭을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 땅 전체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많은 사람이 도전을 했지만, 아무도 이 매듭을 풀지를 못했다. 먼 훗날 알렉산더가 이곳을 지나다 그 전설을 듣고 매듭 풀기에 도전했으나 뜻대로 되지를 않았다. 그래서 그는 홧김에 매듭을 칼로 잘라버렸고, 마침내 그는 아시아 땅을 다 지배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참, 무식한 서양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콜룸부스의 달걀만큼이나 무식하고 싱거운 이야기이다.


23. 미다스의 손


이 고르디우스의 아들이 미다스이다. 당연히 왕이다. 그는 어느 날 술 취한 세일레노스를 만났다. 세일레노스는 술의 신 디오뉘소스의 스승이었다. 세일레노스는 주신 디오뉘소스의 스승답게 술에 취해 길거리에 엎어져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세일레노스를 알아보고 미다스는 그를 궁으로 모시고 갔다. 그리고 몇날 며칠이고 술과 음식을 마음껏 대접했다.

마침내 디오뉘소스가 스승인 세일레노스를 찾으러 왔고 미다스에게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소원을 하나 말하라고 했다. 그러자 미다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소원을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제가 손을 대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게 해 주십시오.”

참 뻔뻔스럽고, 욕심 많고 한심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디오뉘소스는 미다스의 소원대로 해주었다.

그때부터 그가 손대는 모든 것은 다 황금으로 변했다. 나뭇가지도 황금으로 변하고, 안는 의자도 황금으로 변했다. 심지어는 사슴을 만져도 통째 황금이 되었다. 미다스는 너무도 기뻐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는데, 미다스가 손대는 모든 음식이 죄다 황금으로 변해버려 먹을 수가 없었다. 물도 입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다 황금으로 변해 버렸다. 미다스는 먹지고 마시지도 못하게 되었다. 우연히 만지게 된 자신의 딸마저 황금상으로 변하고 말았다. 미다스는 깜짝 놀라 부리나케 디오뉘소스를 다시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욕심이 많았습니다.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시고 이 저주를 거두어 주십시오.”

그렇다. 미다스의 손은 축복이나 행운이 아니고 저주였던 것이다. 손대는 족족 황금이 된다는 것은 행운이 아니라 저주인 것이다. 간혹 운 좋은 사업가에게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치켜세우는 기자들이 있다. 아마 이 이야기 전체를 잘 모르는 기자인 모양이다. 심지어는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불리게 된 사업가는 대부분 의기양양, 기고만장하는데, 안될 일이다. 마이다스의 손은 축복이나 행운이 아니라 저주인 것이다. 그렇게 불리기 시작하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이가 대통령 되기 전에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구라치는 걸 봤다. 한심스런 놈이다. 게다가 사실 이명박은 그렇게 불릴 만큼 성공적인 사업가도 아니다. 오히려 걔가 한 기업들은 단 하나도 성공한 게 없다. 전부 다 망했다. 현대건설 하나가 그나마 좀 번듯한데, 현대그룹사중에 거의 유일하게 망한 게 현대건설이다. 결코 성공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단 하나의 기업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다만 사기 치는 것에만 도통해서, 사기로 국회의원 되고, 사기로 시장 되고, 사기로 대통령 돼서, 나라를 이렇게 말아 먹은 것이다. 지 배만 불리고 말이다. 생각할수록 나쁜 놈이다.


각설하고, 와서 사정하는 미다스를 그래도 불쌍히 여겨서 디오뉘소스는 그 저주를 풀어 주었다. 딸을 비롯한 황금으로 변했던 모든 것은 원상복귀되었다. 기억하시라. 그때까지 변했던 것들은 황금으로 남아 있은 게 아니다. 모두 다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이명박선생, 모두가 다 원상복귀되는 겁니다, 아셨죠?

이게 마이다스의 손 이야기이다. 마이다스의 손은 단 하루를 못간 것이다. 그날 바로 잘못을 뉘우치고 저주를 풀어달라고 용서를 빌어서 겨우 다 원상복귀되었던 것이다.


24. 미다스의 귀


미다스에게는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미다스 타치라는 저주에서 풀려난 미다스는 어느 정도 세상사에 달관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정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시골에서 정원생활을 시작했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유유자적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들의 신, 판을 만나 그의 숭배자가 되었다. 판은 판플룻이라는 악기를 잘 부는 신이다. 악기를 좀 다루고 음악을 잘 하는 신으로는 판도 있고, 헤르메스도 있지만, 당연 아폴론이 최고다. 판플룻으로 음악을 좀 알게 된 판은 아폴론에게 도전을 했다. 결국 둘은 연주시합을 했다. 이기는 자가 진 자의 살가죽을 산 채로 벗기는 내기를 걸고 말이다. 둘이 순서대로 연주를 마쳤는데, 모든 사람이 아폴론의 승리를 선언한 데 반해, 단 한 사람 미다스만은 판의 숭배자였으므로 판의 승리라고 말했다. 아폴론은

“네 귀는 사람의 귀로 있을 필요가 없겠구나.”

하며 미다스의 귀를 당나귀 귀로 만들어 버렸다. 당나귀 귀를 갖게 된 미다스는 궁으로 돌아왔고, 자신의 귀를 숨겼고, 이발사가 알게 되고, 들에 나가 갈대숲에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고, 뭐 그런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전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와 꼭 같다. 어느 한 쪽이 베낀 건가? 모르겠다. 하지만 삼족오와 까마귀도 그렇고, 홍수 이야기도 그렇고, 신데렐라와 콩쥐팥쥐도 그렇고, 이 이야기도 그렇고 참 신기하고 재미난 현상이다. 이렇게까지 비슷하거나 똑같은 이야기가 서로 다른 지방에서 전해진다는 게 말이다.

신데렐라와 콩쥐팥쥐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 모티브가 됐던 그리스신화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 에로스와 프쉬케 이야기이다.


25. 에로스(Eros)와 프쉬케(Psyche)


에로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다. 아빠는 누구라고? 뺀질뺀질한 경영학과 출신의 헤르메스다. 에로스는 양쪽 어깨 위에 조그만 날개를 달고, 활과 화살을 들고 다니며 장난을 치는 사랑의 장난꾸러기 신이다. 그런 에로스도 자기 자신이 사랑에 빠져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그 대상은 프쉬케이다. 그 이야기를 지금 하자.


옛날 어느 나라 왕에게 딸이 셋 있었다. 최진사댁 셋째딸이 아니라, 임금님댁 셋째딸이다. 이 세 딸은 전부 다 기가 막히게 예뻤지만, 특히 셋째딸인 프쉬케가 너무너무 예뻤다. 사람들이 프쉬케의 미를 찬미하느라고, 아프로디테에게 드리던 제사도 잊어버릴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아프로디테가 삐쳤다. 그래서 아들 에로스를 불렀다. 에로스는 가지고 다니는 활과 화살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일으키게도 만들고, 사랑을 거부하게도 만든다.

“요즘 것들은 왜 이런지 몰라. 감히 죽어야 하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나와 미를 견주려고 하다니 말이야. 지금 세상에 프쉬케라는 애가 있는데, 걔 때문에 나의 미를 찬미하는 사람이 없어. 네가 가서 그 건방진 아이에게 아주 굴욕적인 사랑을 안겨주도록 해야겠다.”

“알았어요, 엄마.”

그리고 에로스는 프쉬케에게 날아갔다. 아주 천한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게 만들어 줄 작정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사고가 생기고 말았다. 준비해간 화살로 프쉬케를 찌르려던 에로스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는 그만 당황하여 그 화살에 자기 자신이 찔리고 만 것이다. 에로스는 프쉬케에게 불타는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정작 사랑의 장난꾸러기 신인 에로스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다.


프쉬케가 너무 예뻐서 그런지, 언니들 둘은 다 좋은 데 시집을 갔는데, 정작 프쉬케에게는 청혼을 해 오는 사람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너무 예쁘면 남자들이 지레 겁을 먹고 다가가지를 못하나보다. 나이가 차도록 혼담이 없자 왕은 신탁을 받아오도록 했다. 신탁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사람에게 시집갈 운명이 아니니, 어느 절벽에 갖다 두면 신랑감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왕과 왕비는 울면서 딸을 떠나보냈다.

“네가 인간의 신분으로 지나치게 예뻐서 이런 운명이 되었구나.”

그러자 프쉬케가 말했다.

“어머니, 어버지. 그런 말씀은, 사람들이 저의 미모에 지나친 경의를 표할 때, 감히 제 미모를 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비교할 때, 그 때 하셨어야죠?”

그리고 그녀는 절벽 가에 혼자 버려졌다. 그녀는 어떤 괴물이 나타나 자신을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 일이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 때 부드러운 제퓌로스가 불어왔다. 그리고는 프쉬케를 감싸 안았다. 제퓌로스는 서풍이다. 서쪽에서 부는 바람 말이다. 그리스 지방은 서풍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양이다. 우라노스의 거세된 성기의 거품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를 키프로스 섬까지 실어간 것도 제퓌로스였고, 지금 프쉬케를 어딘가로 실어 가는 것도 제퓌로스이다.

제퓌로스는 프쉬케를 어딘가에 내려놓았다. 그 곳은 온갖 꽃들과 과실이 열려 있는 아주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궁전이었다. 그 곳에서 그녀는 아주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밤이 되자 누군가가 찾아와 자신과 사랑을 나누었다. 자빠뜨렸다는 얘기지 뭐. 그리고는 새벽이 되기 전에 그는 떠나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매일을, 낮에는 편하게 지내고 밤이 되면 남자가 침대로 찾아와 황홀한 밤을 보내는 생활이 계속 되었다. 이 밤손님이 바로 에로스이다. 프쉬케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네가 만약 나의 모습을 본다면 너는 틀림없이 나를 존경하거나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나는 네가 나를 존경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너의 사랑이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였다.


그렇게 여러 날을 지내다 보니, 프쉬케는 심심해졌다. 특히 밤에야 그렇다치고, 낮에는 혼자서 뭘 하겠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편하게 지내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말이야. 이명박이나 박근혜도 그렇잖아. 그냥 맛있는 음식이나 먹고 편하게 지내면 될 것을 욕심을 내서 기어이 대통령이 되더니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지 않았냐 말이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자신이 나름 편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에게 언니들이라도 불러서 하루 놀고 싶다고 애원했다. 남자는 이를 허락했다. 다음날, 언니들이 나타났다. 언니들은 프쉬케가 누리고 있는 호사에 입이 벌어졌다. 동생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심도 있었지만, 마음속 깊이에서 질투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밤마다 찾아온다는 그 남자는 누구니?”

프쉬케는 두 언니들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자신조차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그저 어두운 밤에만 침실로 왔다가 새벽이면 떠나가 버린다고 말이다.

“괜찮은 남자면 그보다 더 다행일 수 없지만, 어쩌면 괴물일지도 몰라. 너를 살찌워서 곧 잡아먹으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하면 좋아, 언니?”

프쉬케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촛불과 칼을 준비했다가, 밤에 남자가 잠들고 나면 얼굴을 확인하도록 해. 그래서 끔찍한 괴물이면 얼른 찔러 죽이고 탈출을 하도록 하면 되잖아.”

언니들이 돌아가고 프쉬케는 언니들이 시키는 대로 칼과 초를 준비하고 남자를 기다렸다. 밤에 남자가 나타났고, 황홀한 사랑을 나누고 남자는 곤히 잠이 들었다. 프쉬케는 가만히 일어나 칼을 찾아 들고는 초를 켜서 남자의 얼굴에 비췄다. 아, 남자는 괴물이 아니었다. 괴물은 커녕, 세상 사람이 아닐 것 같은 준수한 외모에 양 어깨 위에는 조그만 날개가 돋아 있었다. 이제 그녀는 남자의 정체를 알아봤다. 틀림없는 에로스였다. 나를 사랑해 주는 남자가 사랑의 신 에로스였던 것이다. 그녀는 그 아름다운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려고 초를 가까이 댔다. 그때 그만 촛농이 에로스의 얼굴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잠이 깬 에로스는 초와 칼을 들고 있는 프쉬케를 보고는 상황을 알아챘다.

“어리석은 여자여, 왜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였느냐? 왜 나의 말보다도 두 언니의 말을 믿었느냐? 왜 의심하고 확인하려 하였느냐? 사랑은 결코 의심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거늘.”

그리고 그는 떠나갔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동안 프쉬케가 머물던 그 아름다운 정원과 궁전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프쉬케는 잘못을 느끼고 후회를 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사랑을 잃은 것이었다.

프쉬케의 언니들은 이 소식을 듣고 자신들이 다음 차지라고 생각하고, 처음 프쉬케를 버려두었던 그 언덕에서 제퓌로스에게 몸을 맡기며 뛰어내렸으나 제퓌로스는 결코 그녀들을 받아 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들은 언덕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프쉬케는 에로스를 찾아 나섰다. 험한 길을 걸어 마침내 아프로디테와 에로스가 사는 곳으로 찾아 갔다. 에로스는 잃어버린 사랑과 배신으로 인해 자리에 몸져누워 있었다.

아프로디테를 만난 프쉬케는 제발 에로스를 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자신을 며느리로 받아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름다운 미모로 자신을 능멸한 일도 있는데다 아들에게마저 그런 상처를 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프쉬케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버텼다. 계속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였다.

여기에서 신데렐라와 콩쥐팥쥐의 모티브가 됐던 장면이 연출된다. 아프로디테가 이 프쉬케에게 온갖 궂은일을 시키는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신조인 비둘기에게 먹일 온갖 잡곡들이 섞여 있는 것을 종류별로 고르게 하고, 황금양털을 가지고 오게도 한다. 하지만 에로스가 몰래 도와주어 프쉬케는 아프로디테가 시킨 일을 다 처리해낸다. 화가 난 아프로디테가 마지막으로 프쉬케에게 요구한 것은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지하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 가서 그녀의 화장품을 좀 얻어 오라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인간이 지하세계로 가는 길은 죽는 길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프쉬케가 알지 못하는 도움을 받아 그녀는 무사히 산 채로 지하세계로 가서 페르세포네에게 화장품을 얻을 수 있었다. 페르세포네는 그녀에게 화장품 상자를 주면서 절대로 그 상자를 열어보면 안 된다는 당부를 했다.

하지만, 열지 말라면 더 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 아닌가? 더구나 지하의 여왕 페르세포네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화장품이 아닌가. 이를 조금만 바른다면 자신도 다소나마 더 예뻐져서 에로스의 사랑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침내 그녀는 상자를 열었다. 그 순간 상자에서는 온갖 잠들이 쏟아져 나와 그녀를 감쌌다.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들어 버리고 말았다.

역시 사랑은 의심과 함께 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에로스가 얼른 달려와 화살촉으로 건드려 프쉬케를 구해 준다. 그리고 제우스에게 가서 아프로디테를 설득해 줄 것을 부탁했다. 제우스와 페르세포네가 아프로디테를 설득하여 그녀는 마침내 프쉬케를 며느리로 받아 들였다. 프쉬케는 제우스의 도움을 얻어 불사의 몸이 되었고, 에로스와 결혼을 하여 천상의 세계, 신들의 세계에서 아름답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둘은 헤도네(Hedone)라는 딸을 얻는다. 헤도네는 쾌락주의를 뜻하는 헤도니즘의 어원이 된 말이고, 쾌락 내지는 기쁨을 뜻하는 말이다. 프쉬케는 영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혼’또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사랑과 영혼이 만났으니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프쉬케는 ‘나비’를 뜻하기도 한다. 다들 아시겠지만, 프쉬케(Psyche)의 p는 영어로는 묵음이다. 정신, 심리학, 싸이코 등을 뜻하는 단어들이 여기에서 다 나왔다. 한국의 이상한 가수 하나의 이름도 이 이름을 딴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 가수 이름하고 프쉬케는 참 안 어울리기는 한다.


사랑과 영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영화 제목 이야기를 잠시 하고 넘어 가자. 외국 영화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원어 제목 그대로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그 제목을 한글로 번역을 한다. 누군가가 고스트(Ghost)라는 영화를 ‘사랑과 영혼’이라고 번역을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참 잘한 번역이라고 본다. 아마 에로스와 프쉬케의 사랑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에로스가 사랑이고 프쉬케가 영혼인 것이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 이보다 더 멋진 제목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웃기는 번역도 있다. 원 제목이 An Officer And A Gentleman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사관과 신사’라고 번역을 했다. 말로는 맞다. officer 는 사관이고 gentleman 은 신사다. 하지만 여기에서 gentleman은 신사가 아니다. 사관인 officer 에 대응하는 ‘생도’인 것이다. 굳이 그대로 번역을 하자면 ‘사관과 생도’ 쯤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영화는 사관과 생도들 이야기이지, 사관과 신사들 이야기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나도 영어는 아주 못한다. 그냥 생각난 김에 한 마디 하고 지나갈 뿐이다.


프쉬케가 심부름하고, 열어 본 페르세포네의 화장품 상자 이야기를 하니, 거의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상자 이야기가 떠오른다. 판도라의 상자. 지금 그 이야기를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이야기가 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