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에톤의 죽음을 빙자해서 읽는 그리스신화와 세상 이야기 9 마지막

ama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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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트로이전쟁과 호메로스의 첫 번째 이야기, 일리아드


그래도 그리스신화를 이야기하는데, 트로이전쟁을 빠뜨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기회에 트로이전쟁을 간략히라도 정리를 하는 게 좋을 듯하다. 호메로스의 첫 번째 서사시 일리아드는 이 트로이 전쟁의 일부를 노래한 것이다. ‘일리아드’란 트로이를 일컫는 말이다.


앞에서 한 번 얘기 한 적이 있지만, 간략히 다시 정리를 하자. 인간인 펠레우스가 물의 여신 테티스와 결혼을 한다. 이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심통이 나서 황금서과를 던지며 ‘제일 예쁜 여신’에게 드린다고 한다. 헤라와 아테나와 아프로디테가 서로 황금사과를 갖겠다고 다투고 곤란해진 제우스는 이 결정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맡긴다. 파리스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의 사랑’을 얻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준다. 파리스는 당시 메넬라오스와 결혼해 있던 세계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꼬셔 트로이로 도주한다.


아내 헬레네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형인 아가멤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가멤논은 연합군을 모집한다. 총 두목 아가멤논을 비롯해서, 그리스 최고의 영웅 아킬레우스, 최고의 잔대가리 대마왕 오뒤세우스,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 아이아스, 네스토르 등등이 모였다. 몰론 당사자인 메넬라오스도 있다.


헬레네가 결혼을 하기 전에, 헬레네에게는 수많은 구혼자들이 있었다. 세계 최고의 미녀였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오뒤세우스의 제안으로 결혼 당사자를 헬레네가 정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영원히 헬레네를 돕기로 맹세를 했다. 헬레네는 형부 아가멤논의 동생인 메넬라오스를 선택해서 결혼을 했다. 그래서 아가멤논은 이 사실을 상기시키며 많은 엽합군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뒤세우스와 아킬레우스는 처음에 이 전쟁에 참여하기를 원치 않았다. 우선, 오뒤세우스는 당시 신혼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아내 페넬로페 곁을 떠나기가 싫었다. 그는 자신이 미쳤다는 소문을 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팔라메데스라는 장군이 파견되었다. 오뒤세우스는 미친 사람 흉내를 내며, 말과 당나귀를 한 쟁기에 매고 밭을 갈며, 씨앗 대신 소금을 뿌렸다. 팔라메데스는 밭 중간에 오뒤세우스의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갖다 놓았다. 오뒤세우스는 텔레마코스를 피해서 밭을 갈 수밖에 없었고, 미친 사람 행세를 들키고 말았다.

아킬레우스는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아들이다. 시간상 잘 안 맞지만, 그들의 아들이다. 아킬레우스는 전쟁에 나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킬레우스가 이 전쟁에 참가하면, 승리 직전에 죽을 것이라는 신탁이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 테티스는 아들을 여자로 변장시켜 여자들 궁으로 보내버렸다. 이번에는 오뒤세우스가 아킬레우스에게 왔다. 방물장수로 변장한 그는 여자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물건들을 꺼내 놓았다. 빗과 거울, 화장품 등등이었겠지. 짝퉁 명품 가방도 몇 개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킬레우스는 그런 물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좋은 무기들만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아킬레우스도 신분을 들키고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스 연합군이 다 모였는데, 출항을 못하고 있었다.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사냥을 할 때, 아르테미스 여신의 사슴을 죽인 일이 있었는데, 이 일로 아르테미스가 삐쳐서 바람을 막아 버린 것이다. 신탁을 받아 보니, 처녀를 재물로 바쳐야 한다는 점괘가 나왔다. 그것도 아가멤논 본인의 딸을 바쳐야 한다고 했다. 아가멤논에게는 이피게네이아라는 딸이 있었다. 그는 아내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딸에게, 딸을 아킬레우스와 결혼을 시켜주겠다고 속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재물로 바친다. 아르테미스는 이피게네이아를 불쌍히 여겨 산 채로 데려다 사제로 삼았다고 하지만, 어쨌든 이리하여 바람이 불고, 트로이를 향해 출발할 수가 있었다. 트로이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맞서는 트로이 측 사람들도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 인간들 중 가장 뛰어난 인간이라는 헥토르, 나중에 로마의 시조가 되는 아이네이아스, 데이포보스, 글라우코스, 사르페론 등등이 있었다. 물론 당사자인 파리스도 있다. 헥토르는 프리아모스의 아들이며 파리스의 형이다.


이렇게 시작된 전쟁은 서로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9년간이나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다 그리스 진영에서 변화가 생겼다.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뿐만 아니라 주변 여러 나라들을 상대로 크고 작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물론 말이 좋아 전쟁이고 싸움이지 순 노략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크고 작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나누는 과정에서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 사이에 마찰이 생긴 것이다. 당시 아폴론 신전의 신관으로 있던 크리세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딸인 크리세이스가 전리품으로 아가멤논의 차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크리세스가 와서 딸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아가멤논은 이를 거절했고, 이에 삐친 아폴론이 그리스 진영에 전염병이 돌게 한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에게 크리세이스를 돌려주라고 말했고, 아가멤논은 그렇다면 아킬레우스가 차지한 다른 여자인 브리세이스를 자신에게 내어 놓으라고 말했다. 이 말에 삐친 아킬레우스는 그 처녀를 아가멤논에게 주고는 전쟁에서 빠져 철수해 버리고 말았다.


사실, 이 트로이 전쟁에는 많은 신들이 혹은 이편, 혹은 저편에 서서 관여를 많이 했다. 대체로는 파리스에게 헬레네를 차지하게 도와준 아프로디테와 그녀와 가까운 신들은 트로이를 편들었고, 파리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헤라와 아테나 여신이나 그 주변 신들은 그리스를 편들었다. 제우스는 비교적 중립을 지켰으나, 테티스의 부탁으로 이편 저편을 돕기도 했다.


아킬레우스가 빠지자, 전세는 트로이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패전을 거듭하던 그리스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사과와 함께 브리세이스를 아킬레우스에게 돌려주며 전쟁에 다시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나는 남자가 여자보다 좀 더 잘 삐치고, 남자가 삐치면 여자보다 더 오래 간다고 생각한다. 아킬레우스는 그래도 삐친 화를 풀지 않았다. 하지만 패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그의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대신 전쟁에 나가며

“그렇다면, 자네 갑옷이라도 좀 빌려주게. 트로이 놈들이 자네 갑옷을 보기만 해도 전의를 잃을 것이기 때문이야.”

하고 부탁을 했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갑옷을 친구에게 빌려 주었다.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타나자 전세가 그리스 쪽으로 다시 돌아오는 듯 했다. 그러나 곧, 인간 중에 가장 훌륭하다는 헥토르가 파트로클로스를 죽이고 말았다. 다시 전세는 트로이 쪽으로 기울고,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다시 전쟁에 참가한다. 테티스 여신은 그녀의 아들 아킬레우스를 위해 헤파이스토스에게 가서 새 갑옷을 만들어다 주었다. 마침내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였다.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죽인 헥토르의 시신도 내어주지 않고 오히려 그 시신을 모욕하고 있었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는 단신으로 아킬레우스를 찾아와 시신을 돌려줄 것을 부탁한다. 프리아모스의 용기와 아버지의 정에 감동한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프리아모스에게 내어 주었다.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불화에서부터 여기까지가 호메로스의 첫 번째 서사시 일리아드의 내용이다. 하지만, 전쟁은 계속된다.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자 전쟁은 그리스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아킬레우스가 파리스가 쏜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고 죽어버리고 만다.

테티스는 아킬레우스를 낳자마자, 아들을 지하세계를 흐르는 스틱스 강에 담궈 불사의 몸으로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때 아들의 발뒤꿈치를 잡고 담그는 바람에 그 곳만이 불사의 몸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도 그 곳을 ‘아킬레스 건’이라 부르며 치명적인 약점을 뜻하게 된 것이다.


아킬레우스가 죽자 다시 전쟁은 그 결과를 점치기 어렵게 됐다. 전반적으로는 그리스군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트로이 성은 함락될 듯, 함락될 듯 하면서도 잘 버티고 있었다. 드리어 우리의 잔대가리 대마왕 오뒤세우스가 마지막 아이디어를 냈다. 나무로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그 속에 병사를 숨겨두고 나머지는 철수하는 척 하자는 것이다. 트로이 사람들이 목마를 성 안으로 끌고 들어가면 군사들이 나와서 성문을 연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되었다. 커다란 목마를 남기고 철수하는 그리스 군들을 보자, 트로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승리라고 확신을 하고는 그 거대한 목마를 전리품으로 성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승리를 축하하며 먹고 마시고 곤히 잠들었다. 한방중이 되자 목마에서 군사들이 나와 성 문을 열고, 철수하는 척 하다 되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그리스 군사들이 그 열린 성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트로이 군사들을 죽였다.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끝났다. 트로이전쟁이 끝난 것이다.


트로이전쟁의 뒷이야기로 여러분이 기억해 둘만한 것이 세 개가 있다.

그 첫 번째가 아가멤논의 뒷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앞에서도 한번 한 적이 있다. 전쟁에서 이기고 기쁘게 돌아온 아가멤논의 왕궁에서는 이미 아내인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아이기스토스라는 남자와 바람이 나 있었다. 클리타임네스트라 편에서 조금 변명을 하자면, 트로이 전쟁의 시작 부분에서 아르테미스 여신의 방해로 출항을 못하고 있을 때, 그리스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자신의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당시 최고의 무장 아킬레우스와 결혼을 시켜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꼬셔, 재물로 바친 적이 있었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이 이피게네이아의 엄마다. 엄마 입장에서 남편이자 아이의 아빠인 아가멤에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딸을 산 재물로 바쳤다. 딸과 자신을 속였다. 이런 남편에게 남아 있을 정이 있었을까?

여하튼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이기스토스와 바람이 났고, 돌아온 아가멤논을 둘이 같이 죽인다. 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딸인 엘렉트라는 남동생 오레스테스를 빼돌리고 나중에 남동생으로 하여금 엄마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게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로마의 시조가 되는 아이네이아스 이야기이다. 트로이 측 장수였던 아이네이아스는 전쟁에 지고 아버지를 어깨에 들쳐 업고 가족들을 데리고 트로이를 떠난다. 그리고 역시 길고 긴 고난과 모험을 한다. 그는 시실리를 지나고 카르타고를 거쳐, 나중에 로마가 되는 땅에 정착을 한다. 그리고 로마의 시조가 되는 쌍둥이 형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그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이 아이네이아스의 후손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아이네이아스가 모시고 갔던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안키세스라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이다. 아이네이아스는 사람인 안키세스가 아버지이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어머니인 것이다. 즉, 안키세스는 아프로디테를 자빠뜨려 아이네이아스를 낳은 것이다. 안키세스는 좋겠다.

안키세스는 아이네이아스가 로마 땅에 도착하기 전에 죽는다. 그리고 아이네이아스는 지하세계로 가서 안키세스를 만나고 온다. 그는 지하세계를 두루 구경하고 악티온, 시시포스, 탄탈로스 등을 만나고 온다. 이 아이네이아스의 지하세계 여행에 대한 묘사들이 나중에 단테가 신곡을 쓰게 되는 모티브가 되었다. 단테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으며, 마음속의 영원한 연인인 베아트리체를 만나고 지하세계를 두루 구경하는 내용이 신곡인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가 오뒤세우스가 전쟁이 끝나고 고향인 이타까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호메로스의 두 번째 서사시 오뒤세이인 것이다.


34. 호메로스의 두 번째 이야기, 오뒤세이


전쟁에서 이긴 오뒤세우스는 사랑하는 아내 페넬로페가 기다리고 있는 고향 이타까로 돌아간다. 별로 길지도 않은 이 뱃길을 가는데 그는 10년이란 세월이 걸린다. 이 고난과 모험을 읊은 것이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뒤세이이다.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 편을 들던 아프로디테와 포세이돈이 심통이 나서 그의 귀국길을 방해했다고 하는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귀국길에 여기저기 들러 해적질하고, 노략질하고, 계집질한 것에 대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오뒤세우스는 가는 곳마다 풍랑을 만나 고생을 한다. 처음에 간 곳은 키코네스 족이 사는 이스마로스라는 항구에 가서 그 곳 사람들과 싸운다. 노략질을 한 것이다. 오뒤세우스는 이곳에서 부하중 일부를 잃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연을 먹는 자’들이 사는 나라였다. 이곳에는 연을 먹는 사람들이 사는데, 이 연을 먹으면 고향을 잊고 그 곳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곳에서 부하들이 연을 먹고 고향으로 가지 않겠다는 것을 우격다짐을 하여 겨우 다시 출항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외눈박이 거인인 퀴클롭스가 사는 섬에 갔다. 퀴클롭스란 이마 정중앙에 둥그런 눈이 하나만 있는 외눈박이 거인이다. 원(circle)형의 눈이 하나만 있어서 퀴클롭스(Cyclops)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오뒤세우스와 부하들은 양치기 퀴클롭스가 사는 동굴에 숨어들었다가 그 곳에 갇히고 만다. 하지만 오뒤세우스는 자기 이름을 ‘아무도 아닌 사람(No man)’이라고 소개하고 이 거인에게 술을 먹여 재운 뒤 하나 있는 눈을 찔러 버린다. 이 거인의 비명을 듣고 모여든 다른 퀴클롭스에게

“아무도 내게 이렇게 하지 않았다(No mam did this to me)."

라고 말해 모두 돌아가 버린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양치기가 양들을 동굴 밖으로 내 보낼 때, 오뒤세우스와 부하들은 양의 배 밑에 매달려 그 동굴을 탈출한다.

다음에는 라이스트튀고네스 주민들을 상대로 또다시 한바탕 노략질을 한다.

다음에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 키르케가 사는 곳으로 갔다. 키르케는 이곳에서 지나가는 선박의 사람들을 잡아다가 마법으로 돼지로 만들어 나중에 잡아먹는 여자였다. 부하들이 모두 돼지로 변해 버린 것을 오뒤세우스가 다시 사람으로 돌려놓고, 한동안 키르케의 대접을 받고 그 곳을 빠져나왔다.

다음으로 만난 것은 세이렌이라는 바다괴물이었다. 세이렌은 머리는 여자 모습을 한 새인데, 선박이 지나가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선원들로 하여금 바다에 뛰어 들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키르케가 그 곳을 무사히 지나가는 방법을 일러 주었다. 모든 선원들은 밀랍으로 귀를 막아 세이렌의 목소리를 못 듣게 만들고, 호기심이 많은 오뒤세우스는 부하들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배의 돛대에다 단단히 묶게 만들었다. 마침내 세이렌들이 나타나고 아름다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으나 선원들은 이 아름다운 노래를 아무도 듣지 못했다. 오뒤세우스는 그 노래를 듣고 바다에 뛰어 들고 싶어져서 자신을 풀어 달라고 애원했으나 부하들은 그의 말을 들어 주지 않고 무사히 그 곳을 통과할 수 있었다.

날씨가 거친 날,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이나, 여자 얼굴을 한 새의 모습으로 나타나 노래로 유혹하여 선원들을 바다에 뛰어 들게 한다는 세이렌 전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편이고, 서양 회화 작품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여러분들이 혹시 항해를 하다가 바다 한복판의 바위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거나, 여자의 얼굴을 한 새들이 노래하며 하늘을 날고 있으면, 절대로 바다로 뛰어 들지는 마시라. 세이렌임에 틀림없다. 영어의 ‘사이렌’은 여기서 나온 말이다.

다음은 스퀼라와 카뤼브디스였다. 스퀼라는 원래 아름다운 처녀였으나 키르케의 심술로 머리가 여섯이나 달린 뱀으로 변해버린 괴물이고 카뤼브디스는 해안 가까이에 사는 무서운 소용돌이 괴물이었다. 몇 명의 부하들을 잃고 오뒤세우스는 이 두 괴물을 지나칠 수 았었다.

다음으로는 태양신 휘페리온의 딸들인 람페티아와 파에티사가 가축을 기르며 사는 곳이었다. 키르케는 이곳에서는 절대 그녀들의 가축에 손을 대지 말라고 당부를 했으나 부하들이 그녀의 가축 일부를 잡아먹어 버렸다. 오뒤세우스는 이곳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모든 부하들을 다 잃고 말았다.

오뒤세우스가 다음으로 간 곳은 칼뤼포스라는 바다의 요정이 사는 섬이었다. 칼뤼포스는 오뒤세우스에게 반해 그를 극진히 대접하며, 그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줄테니 자기와 함께 그 곳에서 영원히 같이 살고자 유혹했다. 하지만, 오뒤세우스는 그 곳을 떠나기를 소원했고,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칼뤼포스는 그를 떠나보낸다.

다음으로는 파이아케스 인들이 사는 스케리아라는 곳에 다다른다. 그 곳에서 나우시카아라는 공주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그는 고향 이타까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편, 이타까에 남아 있던 오뒤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오뒤세우스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너무나 많은 구혼자들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만 만들어드리고 구혼자 중 한 명을 골라 시집을 가겠다고 말하고,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베를 푸는, 혹은 하루는 베를 짜고 하루는 베를 푸는, 혹은 사흘은 베를 짜고 사흘은 베를 푸는, 저 유명한 ‘페넬로페의 베 짜기’라는 고사를 남기며 베를 잤다 풀었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난다.


마침내 오뒤세우스와 텔레마코스는 집으로 돌아오고, 잔치를 열어 모든 구혼자들을 활로 쏘아 죽이고 페넬로페와 재회한다. 그리고 잘 산다. 서양의 춘향이 이야기이다. 이것이 호메로스의 ‘오뒤세이’이다.


35. 디오니소스


이제 대충 얘기가 마무리 되었으나, 아직도 못 다한 그리스 신들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또 다시 하나하나 이야기를 이어가기는 그렇고 한 두어 신들의 이야기만 더 하고, 그만하고자 한다. 여러분들도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나는 남자다. 그리고 조금은 자유스럽게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수많은 그리스 신들 중에 특히 좋아하는 신이 두 명이 있다. 로마 이름 바쿠스, 영어 이름 배커스, 한국 이름 바카스인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로마 이름 베누스, 영어 이름 비너스, 한 때 한국 이름 윤은혜였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들이다. 이제 이 두 신 이야기를 하자. 먼저 디오니소스이다.


디오니소스의 탄생에 대해서는 앞에서 이야기 한 바 있지만 간략히 정리를 하면 이렇다. 디오니소스의 아버지는 제우스이고 어머니는 사람인 세멜레이다.

여러분은 에우로페를 기억하고 계신가? 제우스가 황소로 변신하여 크레타 섬으로 납치해 간 에우로페. 오늘날 유럽대륙의 이름이 된 그녀 에우로페의 오빠 카드모스는 기억하시는가? 동생을 찾아오라고 집에서 쫓겨난 에우로페의 오빠 카드모스, 그는 동생을 찾지는 못하였지만, 테베라는 도시를 창건하게 되고 나중에 하르모니아라는 여신과 결혼을 한다. 하르모니아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바람을 피워 낳은 딸이다. 이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가 낳은 딸이 세멜레이다. 에우로페를 납치해 간 제우스는 그녀의 조카딸이 되는 세멜레와 또 바람을 피운다.

제우스가 세멜레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안 헤라는 세멜레의 유모로 변장을 하고 나타나, 세멜레로 하여금 제우스의 천상의 갑옷을 보여 달라고 하게 만든다. 세멜레는 제우스가 보여준 갑옷의 눈부심을 견디지 못하고 불에 타죽고, 제우스는 세멜레의 몸에서 태아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집어넣어 기른다. 그리고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는 디오메트로, 즉 ‘어머니가 둘인 자’라는 별명을 얻는다. 그리고 제우스는 디오니소스를 니사라는 곳으로 보내 그 곳의 요정들로 하여금 기르게 한다. 디오니소스는 ‘니사의 제우스’라는 뜻이다.


그리고 디오니소스는 마침내 포도로 술을 빚는 법을 깨우친다. 그리고 그의 존재를 눈치 챈 헤라는 디오니소스에게 광기를 불어 넣어 미치게 만들어 버렸다. 디오니소스는 세상 곳곳을 방황한다. 나중에 레아가 그의 광기를 고쳐주었으나, 그는 방황 내지는 방랑을 계속한다. 오늘날의 인도까지 갔다. 그리고 마침내 득도를 한다. 인도는 득도하기 좋은 땅인가 보다. 득도 후, 그는 고향인 테베로 돌아온다.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오니소스 축제가 만들어졌다. 그들은 모여서 ‘유이(Euoi)’라고 소리치며 광란의 밤을 보낸다. 먹고, 마시고, 소리치고, 춤추고, 자빠뜨리고, 산 짐승을 찢어먹었다. 이 의식 내지 행사를 오르기아(Orgia) 라고 했는데, 혼음(Orgy)의 어원이 되었다. 많은 여자들이 디오니소스를 따랐다. 너무 많은 여자들이 그를 따랐다. 사회문제가 되었다.


당시 테베의 왕은 펜테우스였다. 펜테우스의 엄마는 아가베였는데, 세멜레의 동생이었다. 즉, 디오니소스와 테베 왕 펜테우스는 사촌간이다. 펜테우스는 너무나 많은 여자들이 집을 떠나 디오니소스 비밀모임을 따르는 걸 보고는 그의 밀교를 금지시켰다. 그리고 디오니소스를 잡아 오게 하였다. 하지만 잡혀 온 것은 디오니소스가 아니라 그의 제자였으며 그 제자마저도 감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펜테우스는 직접 디오니소스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한창 광기가 오른 디오니소스 축제의 현장을 만나게 되었다. 그 곳에서 펜테우스는 그의 어머니인 아가베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미 광기가 오른 아가베는 그를 짐승으로 착각하여 그를 찢어 죽이고 말았다. 어머니가 아들을 찢어 죽인 것이다.


디오니소스 축제가 너무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게 되자 마침내 대안이 나온다. 열 년에 두 번, 모든 시민들이 참가하여 마음껏 먹고 마시는 디오니소스 축제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산 짐승을 잡아 생살을 먹는 의식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오늘날의 연극이다. 모두 다 목양신 내지는 양의 탈을 쓰고 나와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이를 ‘양의 노래’라는 뜻의 트레지디(Tradegy, 비극)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트레지디 행사에 디오니소스뿐만이 아니라 음악의 신이자 예술의 신인 아폴론도 관여하게 되었는데, 아폴론은 규율과 질서정연함을 넣었고, 디오니소스는 자유분방함을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원래 사람으로 태어났던 디오니소스가 신이 되었다. 그 후 디오니소스는 낙소스 섬에 살게 되었고, 테세우스가 버리고 간 아리아드네와 결혼을 했다.


36. 아프로디테


마지막으로 아프로디테 이야기이다.


아프로디테의 탄생에 대해서도 앞에서 이야기했다. 제우스와 바다의 요정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평범한 이야기와 크로노스에 의해 잘려져 나간 우라노스의 성기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서풍인 제퓌로스가 그녀를 키프로스 섬으로 데려다 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키프로스가 그녀의 도시가 된 것이다.


아폴론과 포세이돈을 비롯한 많은 남신들이 그녀와의 결혼을 원했으나, 제우스는 그녀를 남신 중에서 제일 못생긴 남신인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와 결혼을 시켜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헤파이스토스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전쟁의 신인 아레스와 바람을 피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헤파이스토스가 침대에다가 보이지 않는 쇠 그물을 설치해 알몸으로 뒤엉켜있는 이 둘을 묶어서 신들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여러 신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그들은 그 다음에도 계속 바람을 피워 데이모스(공포)와 포보스(두려움)라는 아들을 낳았고, 하르모니아(조화, 일치)라는 딸까지 낳았다. 그리고 그녀는 전령신 헤르메스와도 바람을 피워 사랑의 신 에로스를 낳았다.


아프로디테는 그 이후에도 안키세스와의 사이에, 나중에 로마의 시조가 되는 아이네이아스를 낳았다. 그리고 아도니스와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아도니스와의 사랑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비극의 여인 뮈라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그리고 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37. 아도니스


키프로스 섬에 피그말리온이라고 하는 조각가가 살고 있었다. 단순한 조각가라고 하기도 하고, 키프로스의 왕이었다고 하기도 한다. 키프로스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섬이다. 당시 이곳에는 한 가지 풍습이 있었다. 여자들이 결혼을 하기 전에 항구에 나가, 뱃사람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고 그 댓가로 받은 돈으로 혼수를 장만하는 것이었다.

이런 여자들을 본 피그말리온은 여자들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여자들을 마다하고 대신 상아로 여자 조각상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 상아 조각상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러다 그녀에게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선물하게 되고, 마침내 그녀를 사랑하게까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아프로디테 축제일이 되어 그는 아프로디테 신전에 가 빌었다.

“제게 주소서, 저 상아 조각 처녀를.... 아니, 상아 조각 처녀.. 같은 여자를...”

‘상아 조각 처녀를’이라고 말하다가 차마 그러지 못하고 ‘상아 조각 처녀 같은’이라고 말한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에 응하겠다는 뜻으로 불꽃을 3번 하늘 위로 치솟게 했다고 한다.

그가 집으로 돌아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그 상아처녀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런데 그녀의 입술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그녀가 살아있는 여자가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서양에서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지극한 정성으로 노력하면 하늘이 감동한다는 뜻이다. 서양 영화 중에 마네킹이라는 비슷한 내용을 다룬 영화도 있었다. 어쨌든 피그말리온은 그 상아조각에서 변한 여자에게 갈라테이아라고 이름을 지어 주고, 아내로 맞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나 이 두 사람 사이에서 파보스라는 아들도 생겼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파보스가 키뉘라스라는 아들을 낳았다.


키뉘라스에게는 뮈라라는 딸이 있었는데, 이뻤단다. 많은 남자가 그녀와의 결혼을 원했으나 그녀는 번번히 거절을 했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인 키뉘라스였다. 그녀의 이런 금지된 사랑을 알고 있는 건 그녀의 유모밖에 없었다.

그러다 키뉘라스의 아내이자 뮈라의 어머니인 왕비가 데메테르 신전에 가게 되었다. 유모는 이 틈을 이용하여 뮈라를 아버지 키뉘라스의 침실에 넣었다. 하룻밤을 지내고나서 키뉘라스는 자기가 전날밤 동침한 여자가 바로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노발대발했다. 뮈라는 집에서 쫓겨나 세상을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 자신을 저주하게 되고 그녀는 한 그루 나무로 변하고 만다. 나중에 미라를 만들 때, 방부제로 쓰이는 몰약나무인 것이다. 뮈라는 ‘몰약’ 내지는 ‘몰약나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몰약나무로 변해 버린 뮈라의 몸에서 아들이 태어난다. 그가 바로 아프로디테의 애인이 되는 아도니스이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와 에로스는 모자지간의 시간을 즐기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 실수로 아프로디테가 에로스의 화살에 찔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인간인 아도니스에게 반해 버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아프로디테는 하늘에도 잘 오르지 않고, 자신의 신전에서 열리는 축제에도 잘 참석하지 않고 오로지 아도니스와 지내게 되었다. 아도니스는 사냥을 좋아했고 그런 아도니스에게 아프로디테는 사냥의 위험성을 늘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그러다 아프로디테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도니스는 멧돼지 사냥을 나갔고, 멧돼지 어금니에 박혀 죽고 말았다.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가 흘린 피위에 신주 넥타르를 붓자, 그 곳에서 꽃이 한 송이 피어났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자 피어났던 꽃은 이내 지고 말았다. 아도니스처럼 수명이 짧은 이 꽃이, 피었다가도 한 줄기 바람만 불면 이내 지고 마는 이 꽃이 ‘바람의 꽃’인 아네모네이다.


38. 아르테미스와 오리온(Orion)


아프로디테의 사랑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프로디테와는 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처녀 신 아르테미스의 사랑 이야기를 하나 하자.

처녀 신임을 고집하며 남자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르테미스가 딱 한 번 남자를 사랑한 적이 있는데 그 상대가 오리온이다. 과자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꼭 사먹어야 한다면 탐욕적인 일본기업인 롯데보다는 그래도 선호하는 과자 회사 이름이다. 영어로는 ‘오라이언’이라고 읽는다.


오리온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다. 그래서 그는 바다 위든, 바다 아래든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타고난 사냥꾼이고, 미남이고 거인이었다.

그는 어느 나라의 어떤 괴물을 물리쳐주고 그 나라의 딸과의 결혼을 요구하다 그 나라 왕에게 눈알을 뽑혀 버렸다. 장님이 된 그를 불쌍히 여긴 의술의 신인 아폴론이 그의 눈을 고쳐 주었다. 눈을 뜬 그는 아폴론의 누나인 아르테미스에게 반해 버리고 말았다. 아르테미스도 사냥의 신이 아닌가? 그녀도 오리온에게 첫 눈에 반했다. 둘은 사랑에 빠졌더래요. 둘은 늘 같이 붙어 다니며 온 산과 들로 사냥을 다녔다. 이 소식을 들은 아폴론은 영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리온이 바다 위를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 아폴론이 누나 아르테미스에게 말했다.

“요즘 오리온인가 뭔가 하는 애하고 온 천지 놀러 다닌다고 활솜씨도 예전만 못하지?”

그러자 아르테미스가 발끈했다.

“그래도 아직 너만큼은 한다.”

“그래? 그럼, 저기 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저것을 한 방에 맞출 수 있어?”

그러자 아르테미스가 활을 쏘았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연인을 꿰뚫어 버린 것이다. 아르테미스는 불쌍한 오리온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지금도 사자 옷을 걸치고, 허리에는 칼을 차고, 손에는 곤봉을 쥐고 있는 오리온자리가 그것이다.


에필로그


이제 그만 쓰자. 이것저것 쓰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무슨 이야기로 시작해서 무슨 이야기로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말재주나 글재주가 없어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야기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새어, 천방지축,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이야기를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비록 처음에 대강의 전개를 잡아놓고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쓰다 말다 쓰다 말다 하여 어투에 일관성이 없고 이야기 흐름도 일정하지가 않았을 것임을 잘 안다. 심지어 신들이나 사람들의 이름도 여기저기 다르게 표기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원래 배움이 짧고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천성마저 게으르다. 모르거나 의심스러우면 찾아보고 확인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잘 못한다. 그래서 틀린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걸 스스로 잘 안다. 그렇다고 다시 읽으며 잘못을 바로잡을 만큼 성실하지도 못하다. 질책하시지 말라고 부탁할 마음은 없다. 틀렸으면 야단맞아야 한다. 의심스럽거나 틀렸을 것 같은 부분은 다른 글들을 참조하시어 읽기를 바란다. 그리고 야단치고 욕하셔도 좋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대부분의 그리스신화는 벌핀치의 책을, 이윤기선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번역한 것들이다. 나도 그런 책들을 읽고 이런 구라를 푼 것이다. 말한 것처럼, 내 글에는 틀린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잘못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지 벌핀치나 이윤기선생등의 번역자들 잘못이 아님을 확실히 말하고 싶다.

내가 참고한 책들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겠다. 이윤기선생의 책들과, 그 밖의 몇 권의 책들을 읽고 인터넷을 참고하여 구라를 풀었다.